자급자족/자연과 하나 되기

똥 오줌을 잘 누게 하는 으름

모두 빛 2014. 9. 19. 09:27

 

 

요즘 으름이 한창이다. 으름은 덩굴식물로 제주도에서 많이 자라지만 이곳 무주 산골에도 잘 자란다.

 

생긴 모양은 사진에서 보듯이 작은 바나나 같다. 벌어진 껍질 속 속살(과육)은 우윳빛이고 그 속에 씨앗은 까맣다.

 

과육 맛은 달달하고 부드럽다. 입안에 넣으면 끈끈하고 혀에 닿아 살살 녹는다. 문제는 씨앗이다. 씨앗이 워낙 굵고 많아 과육만 먹기가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씨를 씹게 되면 쓴 맛이 강하여 먹을 수가 없다. 잘 먹는 법은 씨앗을 씹지 않고 꿀꺽 삼키는 것이다.

 

이 으름은 약성이 많은 데 이를 하나하나 다 나열하기는 어렵다. 다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똥 오줌을 잘 나오게 한다는 거다. 얼마 전 가까운 분이 척추관 협착증 수술을 받았다. 근데 항생제 부작용으로 오줌과 똥을 제대로 누지 못해 응급처방을 받았다.

 

면회를 간 김에 으름을 조금 가져가, 약효를 설명하고 드렸다. 맛나게 드시고 그 다음날 정말 시원하게 똥을 아주 잘 누웠단다. 그 표현 그 대로를 옮기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다.

 

으름이 이렇게 작용하는 이유를 나 나름대로 추측해보자면 야생성이 아닌가 싶다. 야생의 과일들은 과육에 견주어 씨앗이 굵은 편이다. 그리고 이 씨앗은 다시 발아하고자 하는 강한 생명력을 갖는다.

 

근데 그냥 땅에 떨어져 싹이 나기보다 짐승이 과육이랑 같이 먹고 똥오줌으로 배설한 씨앗이 월등히 발아가 잘 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으름은 새들이 아주 좋아한다. 사진에서 보듯이 과육을 쪼아 먹은 모습이 또렷하다. 이 때 씨앗도 함께 먹게 된다. 씨는 새를 비롯한 짐승 뱃속에 들어갔다가 소화되지 않고 다시 나온다. 이 과정이 씨앗 발아에 아주 중요하다. 발아가 잘 될 수 있는 여러 환경을 거친다. 이제 이 씨앗은 땅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강렬한 힘을 스스로 갖는다. 비유를 들자면 자궁 속 아기가 산도를 제 스스로 밀고 나오고자 하듯이.

 

소화 흡수가 끝난 음식물은 그야말로 더 이상 몸속에 쓸모가 없는 똥이다. 그리고 생명력도 사라진 상태. 그러니 몸이 밀어낸다. 사람은 의식적으로 힘을 주어 밀고 나오는 걸 돕는다. 근데 똥 속 씨앗은 살아있어, 배설과정에서 더 강한 생명력을 가지며, 몸이 밀어내지 않더라도 제 스스로 밀고 나오고자 한다는 말이다. 별달리 힘을 주지 않아도 이전보다 더 잘 나온다. 이런 원리로 으름을 먹게 되면 똥오줌을 잘 누게 된다는 게 내가 추측해보는 이치다.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익힌 음식에 의존한다. 온갖 양념과 조리법으로 눈과 혀를 속이는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았나싶다. 그러니 가끔은 이렇게 야생의 과일을 먹어주는 게 몸을 제대로 살리는 길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으름 씨앗에는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없애며 갖가지 균을 죽이는 작용도 있단다. 그렇다면 수술 뒤 끝에 참 잘 맞는 과일이리라. 다만 으름은 제철에만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