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새벽. 지네한테 물렸다. 따끔하여 깨어 방바닥을 살피니 어린 지네다. 별 일 없겠지 하곤 지네만 잡고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그냥 잤다. 나로서는 처음이지만 시골에서 지네한테 물리는 건 워낙 흔한 일이기도 했다.
근데 자고 나니 조금씩 붓기 시작한다. 새끼손가락과 네쨰 손가락 사이를 물렸는데 그 둘레에서부터 점점 붓는다. 지네는 독이 있지만 생명을 위협할 만큼은 아니라고 알기에 역시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늦었지만 물린 부위를 사혈하고 조금이라도 독을 뺐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붓는다. 하룻밤 지나면 가라앉겠지. 그런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다. 전날보다 더 많이 부었고, 물린 부위는 물집이 잡히듯 콩알 크기로 곪아간다. 그리고 가려워지기 시작한다.
지네 독이 이 정도인가. 아니면 내가 면역력이 떨어지는 건가. 인터넷으로 "지네에 물렸을 때 "를 알아보았지만 그리 신빙성 있는 처방들이 못 된다. 물리자마자 바로 사혈을 하고 독을 빼는 게 첫째인데 말이다.
점점 부어 이젠 주먹이 쥐어지지도 않는다. 보건소가서 주사를 맞을까. 하니, 아들이 반대한다. 좀만 지나면 가라앉을 거라고.
아들 말을 믿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늦었지만 곪은 부분을 사혈을 했다. 그랬더니 진물이 엄청 나온다. 아마 반나절은 계속 된 거 같다. 그리고 나서부터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라앉는 느낌이다. 이렇게 글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무슨 독이든 우습게 볼 게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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