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발효 발효 발효 또 발효

모두 빛 2012. 11. 26. 07:19

시골 살다 보니 발효가 우리네 삶에서 참 가깝다는 걸 느낀다. 어쩌면 발효를 빼고는 삶을 말하기가 어렵다고 해도 좋을 만큼.


최근 순으로 보자면 이렇다. 가을걷이 끝난 다음 퇴비 만들기를 먼저 했다. 퇴비는 봄 가을에 만들면 좋은 데 봄에 만들 때는 조금 바쁘다. 퇴비를 쌓고 뒤집고 숙성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을에 하면 한결 느긋하게 할 수 있다. 세 번쯤 뒤집고 나서 겨우네 밭에서 숙성할 수 있기에 봄이 되면 곧바로 필요한 곳에다가 거름으로 쓸 수가 있다. 다만 늦가을 퇴비는 날씨가 쌀쌀한 편이어서 발효 과정이 조금 더딘 편이다. 밭에 쌓아둔 퇴비 더미에서 발효 되는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처음에는 소죽 끓는 냄새 비슷하다가 점점 냄새가 좋아진다. 퇴비 더미를 지날 때면 “우리 여기 잘 살아 있소.” 하는 거 같다.


그 다음 메주 띄우기. 푹 삶은 콩을 으깨어 볏짚과 함께 발효가 되는 메주 역시 신비한 발효 음식이다. 처마에서 메주가 발효 되면서 겉이 구덕구덕 말라가고 있다.


세 번째는 술 빚기. 한 해 농사를 마무리 하는 추수감사제이자 우리 부부 결혼 기념일을 자축하는 술빚기다. 이는 쌀과 누룩과 물이 만나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로 바뀌는 과정. 사진에서 보듯이 술독 속 온도가 26도 인데도 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리고 그제 마무리 한 김장. 땅 속에 묻어둔 김치 독마다 발효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밭에서, 처마에서, 거실에서, 창고에서, 땅 속에서 무수히 작은 생명들이 생명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