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여농에서 주최하는 토종씨앗 축제에 다녀왔다. 전국 각지에서 여성 농민들이 올 한해 열심히 키우고 거둔 씨앗들을 가지고와, 두루 나누었다. 그야말로 푸짐한 잔치. 씨앗 잔치야말로 가장 즐겁고 소중하고 보람된 잔치가 아닐까 싶다.
요 몇 해를 돌아보면 그 사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가 처음 농사지을 때만 해도 토종 씨앗이 드물었다. 대부분의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조차 전통 씨앗보다는 종묘상 씨앗을 돈 주고 사서 심곤 했다. 그 이유는 다수확과 돈이 돼야 하기 때문.
근데 토종 씨앗에 대해 그 소중함을 자각한 사람들에 의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고 이를 몇몇 단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그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 역시 일찍이 <자연달력 제철밥상>이란 책을 내면서 토종 씨앗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런 저런 작은 움직임들이 모이고 흘러서 이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전국여성농민회, 정농회, 흙살림, 씨드림, 여성민우회...이제는 각 단체마다 토종 씨앗 나눔 행사를 진행할 만큼 토종 씨앗이 많이 퍼졌다.
심지어 몇몇 대안학교에서조차 이를 살려가고 있다. 과천 무지개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한 해 농사를 지은 결과를 가지고 와서, 전체 앞에서 아이들이 사례 발표를 했다. 많은 이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초등 아이들이 행사 진행 내내 집중해서 참여하고 틈날 때면 여러 씨앗을 메모하고 수집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또한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도 몇 분 참여해서 농사 경험을 들려주고, 토종 씨앗이 더 많이 퍼져나가길 빌어주었다. 토종은 이렇게 할머니에서 다시 어린 아이들까지 대를 이어 자연스레 넘어가야할 것이다. 그리고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들 역시 씨앗 갈무리에 좀더 애정을 기울여 나가면 좋을 거 같다.
씨앗은 모든 생명의 근원. 근데 씨앗이라고 다 대물림 할 수 있는 게 아닌 세상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많은 씨앗들은 자신을 닮은 씨를 맺지 못하고, 당대에 그 생명을 다한다. 그러니 대물림할 수 있는 토종 씨앗이야말로 근원 가운데도 근원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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