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태풍을 두 번이나 맞아 가을걷이할 게 있을까 싶었다. 근데 가을이 깊어지면서 곡식을 하나 둘 걷다보니 그 나름 ‘걷이’가 된다.
태풍 피해가 적은 것들이 특히나 풍성하다. 땅콩 고구마 생강들이다. 오늘 땅콩을 캤는데 이제까지 해마다 땅콩 농사를 지었지만 올해가 가장 많이 달렸다. 비닐을 씌우지 않은 데도 한 포기당 보통 꼬투리 40~50개. 심지어 올해는 꿩 피해도 없었다. 꿩은 땅콩이 익을 무렵 꼬투리를 당겨 그 속에 있는 낟알을 파먹곤 했는데 올해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가끔 들쥐가 파먹은 것들만 10여 개.
가장 많이 달렸다 싶은 포기를 뽑아, 기념사진을 찍고, 꼬투리가 다해서 몇 개 인지 헤아려보았다. 100개가 훌쩍 넘을 정도다. 땅콩이 잘 되는 모래참흙일 경우, 한 포기 한 됫박 나온다는 말이 실감난다.
땅콩은 캐는 시기는 잎이 누렇게 변하고 땅콩을 한 두포기 캤을 때 꼬투리에 그물 무늬가 뚜렷하면 된다. 잎이 다 말랐을 때 캐면 꼬투리가 줄기 씨방자루에서 떨어져있기에 꼬투리 하나하나를 다 캐야하고, 더 오래 두면 땅 속에서 다시 싹이 나거나 부패하기도 쉽다.
땅콩은 캔 뒤 잘 말려야 한다. 안 그러면 곰팡이가 피고 썩어 버린다. 교과서적인 방법은 땅콩을 줄기째 뽑아 그늘에 일주일 정도 잘 말리는 게 좋다. 근데 이렇게 하는 게 번거롭다. 우리는 무경운 농사를 하니까 땅콩을 캐면서 꼬투리를 딴 다음, 줄기는 그 자리에서 다시 땅에다가 바로 묻어준다.
이제 다 딴 꼬투리를 물로 씨는 과정. 이 때 꼬투리를 그냥 물에 담그면 물 위로 뜨기 때문에 일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 좋은 방법 하나. 사진에 보듯이 검은 색 그물망을 이용하는 거다. 적당한 양을 망에 넣고 물에 담가 세 번 정도 주물주물하면 꼬투리를 말끔하게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물기를 빼고 포장에 펼쳐서 잘 말린다. 땅콩 꼬투리는 물론 속까지 잘 말려야 하므로 꼬투리가 삼 일 정도 해서 웬만큼 말랐다 싶으면 이제 망에 담아 가을볕에 시나브로 망을 뒤집어 가면서 한 열흘 정도 더 바싹 말린다. 꼬투리를 흔들어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날 때까지.
'살아가는 이야기 > 농사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롭게 메주 엮어 매달기 (0) | 2012.11.19 |
---|---|
알면 알수록 신기한 생강 (0) | 2012.11.03 |
[스크랩] 생태계 무법자 `슈퍼 잡초`, 제초제에도 끄떡없어 (0) | 2012.09.02 |
날마다 울타리 관리 (0) | 2012.08.22 |
콩꽃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0) | 2012.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