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앞두고 몸살림 운동을 함께)
요즘 나는 사람 속에 사는 거 같다. 사람이 그리웠나?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사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삶이란 단조로운 편이다. 아침에 눈 뜨면 논밭에서 일하고 밥 해먹고 치우고 또 일하고 해지면 자고. 겨울이라 해도 하려고만 하면 일투성이. 나무하고, 밭 둘레 정리하고, 씨앗 챙기고, 부엽토 끌어와 밭에 깔기...
요즘 농촌은 옛날처럼 품앗이 하는 집이 드물다. 농사를 짓더라도 각 집마다 키우는 곡식이나 짐승이 많이 다르다. 한두 가지에 집중해서 돈을 마련한다. 누구는 고추, 누구는 사과...하여, 농사를 짓더라도 우르르 어울려 짓는 경우가 드물다.
그러다 보니 서로 어울리는 관계는 마을에서는 뜻 맞는 이웃 몇 집이랑 가끔 오고가는 정도. 오히려 마을보다는 이런저런 볼일 때문에 도시 사람들과 관계를 더 많이 하는 편이다. 어쩌다 서울 한번 가면 그동안 못 보고, 그리워만 했던 사람들을 한꺼번에 보기도 하니까.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나는 내 안의 변화를 느낀다. 이제 사람들을 좀더 많이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인다. 그 하나로 아이들이 학교를 벗어나 자유롭게 성장하고자하는 가정들과 모임을 꾸린다.
그동안 우리는 사람이 적은 시골에 사는데다가 아이들 학교마저 안 다니니 그나마 사람 만날 일이 적었다. 학교 갈 일이 없으니 아이를 학교 보내는 학부모들조차 거의 만나게 되질 않는다.
앞뒤가 이러니 <홈스쿨링 가정연대> 식구들과 교류는 우리 삶에서 적지 않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모임을 꾸리고 일년이 지나고 또 학교 폭력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학교를 벗어나는 가정이 늘어나니, 이 모임도 자꾸 커지는 거 같다.
교육 관련해서 대안교육연대 일을 하는 것도 사람 만남의 연장이 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일을 조금 더 맡아, 사람을 더 많이 만나는 편이다. 얼마 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곳이 <공간 민들레> <실상사 작은학교> <학교너머>...알고 보니 참으로 많은 대안적인 배움터가 있다.
그렇다고 밖으로만 도는 건 아니다. 요즘은 마을 일도 하나 벌리고 있다. 그건 다름 아닌 ‘몸살림 운동’이다. 지난번 정농회 연수회 갔다가 직접 해본 몸살림 운동. 간단하면서도 효과도 좋더라. 앞으로 틈나는 대로 몸살림 운동을 해가고 싶다. 그 하나로 이번에 우리 마을로, 몸살림 운동을 지도하실 선생님을 모시기로 했다. 이 일에 내가 앞장섰다. 함께 할 이웃들에게 연락해서 모으고, 이를 토대로 다시 선생님과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 일을 만들어가는 것은 꼭 사람이 그리워서만은 아닌 거 같다. 어쩌면 자연스런 에너지 흐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 안에 흐르는 그 어떤 끌림.
그런 끌림 가운데 하나만 더 하자. 이건 말하기가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다. 정치에 대한 것이기에. 하지만 하고 싶다. 그 이유는 삶과 정치는 따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고 보니까.
이번에 나는 처음으로 정당에 가입했다. 녹색당이다. 사실 내 취향에 꼭 맞는 정당은 아니다. 그나마 이 당이 ‘탈핵과 식량 자급과 에너지 자급 그리고 대안교육’ 들을 내건 점에서 조금 점수를 높게 준 것뿐이다. 공통점이 많다면 한번 겪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당원이란 말이 여전히 낯설기는 하지만.
사실 내가 생각하는 정치는 모두가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든, 어른이든 아이든 상관없이 모두가. 스스로 주인 되지 못하면 자신의 권리를 남에게 맡기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사회 이전에 한 가족 안에서부터 이루어지는 일상의 행동이 된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억압해서는 안 되며, 힘이 강하다고 약한 사람을 못 살게 굴어서는 안 된다. 많이 안다고 모르는 사람을 무시해도 안 된다. 이 모든 억압에 맞서 스스로 주인으로 우뚝 서는 과정을 나는 정치라고 말하고 싶다.
하여, 나는 이제 가능하다면 우리 사는 지역 가까이에 녹색 삶과 녹색 터 그리고 녹색 정치에 관심 있는 이웃들과도 만나고자 한다.
이렇게 두루 어울리다보면 다시 실망하기도 하고 자칫 누군가에게 상처 받거나 어쩌면 줄지도 모른다. 다만 여러 사람과 관계를 함으로써 작은 부딪힘에는 한발 물러나도 되는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꼭 해야 하는 건 없으니까. 끌림에 따라 노력을 하겠지만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자연한테서 늘 배우는 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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