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감 따기 깎기 매달기

모두 빛 2011. 10. 29. 17:59

 

 

감 따러 상주 어머니네를 다녀왔다. 이제까지는 함께 갈 수 있는 이웃이 있으면 우르르 함께 가곤했는데 올해는 여의치가 않았다. 다들 바쁜 거 같다. 아내마저 장모님을 모시고 있어야하니까 아이들과 셋만 다녀왔다. 근데 우리 아이들조차 이제는 점점 자기만의 일들을 하고 있으니 넉넉하게 시간을 내기는 어려웠다.

 

대부분의 농사가 가을에 일이 집중되지만 특히나 감은 그렇다. 나무에서 따고, 상자에 담고 나르고 고르고 깎고 매달고...하는 일들이 다 이 맘 때 집중된다.

 

시골에 젊은이는 점점 줄어 품을 사서 감을 따자면 품값 내기조차 어렵다. 남자는 감 따는 데 하루 8만원 정도. 상자에 담고 운반하는 값만 해도 만만하게 아니다. 이 역시 젊은이가 없는 마을에서는 해줄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되도록 가족노동에 의존하거나 이게 안 되면 봄부터 밭떼기 형태로 중간 상인에게 판다. 어머니네 역시 감 밭의 대부분의 감을 일찍이 상인에게 넘기고 스무 그루 남겨둔 상태. 나와 아이들은 새벽같이 아내가 차려준 죽을 먹고 상주로 출발. 도착하니 어머니 혼자서 벌써 댓 상자 정도 따셨다.

 

감나무는 조직이 느슨해 가지가 아주 약하다. 나무에 올라가, 곁가지를 잘못 밟으면 부러지고 나무에서 떨어진다. 감나무에서 떨어지면 약도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굵은 나뭇가지만 밟고 따고 더 높은 곳은 포기해야한다. 긴 장대로 다 따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도 배로 든다. 심지어 어떤 곳은 포클레인을 이용해서 따기도 한단다. 바가지에 사람이 타고 이를 높이 들어올려 가면서 딴단다. 이 때는 장비 값이 장난이 아니다. 하루 장비 값만 40만원.

 

어머니네 감 밭은 나무 아래가 감잎과 풀이 무성해, 흔들어 따도 깨지는 감이 많지 않다. 고리처럼 생긴 기다란 장대를 들어올려, 가지에 걸고 힘껏 당긴다. 이 때 반드시 안전 모자를 쓰고 해야 한다. 나는 자전거 헬멧을 쓰고 했는데 네 시간 정도 따면서 정통으로 감한테 머리를 네 번이나 맞았다. 

 

내가 주로 감을 따고 어머니와 아이들은 주워 상자에 담고. 대충 한 20 상자 정도 땄다. 마을 할아버지가 경운기로 실어다 나르고, 내 승용차로 일부 나르고...이 가운데 승용차에 실을 수 있을 만큼 다섯 상자 정도 싣고 집으로 왔다.

 

자, 이제부터 밤에는 감 깎기와 매달기다. 아마 과일 가운데 껍질을 깎아서 말려서 보관하는 일은 감 하나가 아닐까 싶다. 참 특별한 과일이고, 겨울을 든든하게 나게 해주는 맛난 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