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벼 직파(18) 논바닥 수평 맞추기

모두 빛 2011. 11. 14. 07:38

 

가을걷이 끝난 논. 이제 다시 내년 농사 준비다. 가장 먼저 하면 좋을 일이 논 수평 맞추기.

 

지난번 ‘벼 직파(4)’에서 다루었던 논 지도에 따라 논바닥을 고르게 하는 일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벼 직파는 무엇보다 바닥이 고르게 되어있어야 싹도 고르게 날 뿐만이 아니라 제초가 힘들지 않다. 실제 해보면 바닥 수평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근데 막상 직파할 무렵에는 이를 어찔할 수가 없다. 물론 트랙터를 손수 가지고 있다면 로터리를 치면서 수평을 잡아갈 수 있겠지만 기계가 없는 경우는 가을걷이 끝나고 하면 좋다.

 

사실 요즘에는 텅 빈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기는 드물다. 예전에는 이모작으로 하여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논에서 일하던 사람이 많았는데 이젠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게다가 올해는 가을걷이 끝난 뒤 비가 자주 와, 논에서 일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때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물이 좀 덜 빠진 상태에서라도 수평잡기를 한다. 되도록 물이 잘 빠져, 흙이 고슬고슬할 때 수평 맞추기를 하는 게 가장 좋다.

 

요령은 간단하다. 높은 곳의 흙을 퍼, 낮은 곳에 메운다. 이론상으로는 물이 들어오는 곳은 높은 편이고, 물이 나가는 물꼬 쪽은 낮다. 근데 논마다 역사가 있고 논 주인이 농사짓는 방식에 따라 들쑥날쑥하기 마련. 그래서 더 논지도 그리기가 필요하다.

 

경운기로 하면 효율은 높지만 나는 올해는 수레로 한다. 하루에 서너 시간씩 운동 삼아 높은 곳의 흙을 수레에 퍼, 낮은 곳에 붓는다. 농사 규모가 크지 않으니까 이렇게 한 일주일쯤 하면 웬만큼 수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논두렁도 보완을 하고, 논 아래 박힌 돌을 빼내는 일도 같이 한다. 논두렁이 너무 낮은 곳은 높이고, 두께가 얇은 곳은 조금 넓게 한다. 특히 물 빠짐이 심한 곳을 잘 살펴 보완을 한다. 이런 일들 역시 한꺼번에 너무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 논 지도에 따라 그림을 해마다 조금씩, 자신이 바라는 땅으로 만들어간다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