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벼 직파(17) 벼 베기

모두 빛 2011. 10. 26. 19:50

 

직파 벼농사의 마지막, 벼 베기를 했다. 씨앗은 낫으로 베고 홀태로 훑지만 양식거리는 콤바인으로 했다. 콤바인 값은 마지기당 5만원.

 

올해는 잦은 비로 평년작보다 못하다고 하는 데 내가 지은 직파 벼농사는 지난해보다는 나은 거 같다. 방아를 찧어봐야 최종 결과가 나오겠지만 벼를 말리고 포대에 담아보니 지난해보다 잘 된 것만은 분명하다. 빛깔도 더 좋고, 키도 더 크고, 수량도 조금 더 나온 거 같다. 어림잡아 10아르 당 세 가마니 정도.

 

물론 이앙벼에 견주어서는 적게 나온 편이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갈수록 시골에 젊은이가 줄어 인건비는 점점 비싸지고 기름값 역시 천정부지로 뛴다.

 

벼농사를 짓자면 트랙터 두 번, 이앙기 한 번, 콤바인 한 번, 거름으로 쓰는 쌀겨는 평당 일 키로 정도 든다. 근데 직파를 하면 수량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앙에 따른 기계사용 값과 인건비가 절약된다. 게다가 우리는 기계 이앙 대신에 손으로 모를 내기 때문에 직파는 품을 확 줄이는 효과가 크다. 일주일 정도 걸리는 모내기를 단 두 어 시간에 끝내니까. 물론 직파 뒤에 벤 곳을 속아 드문 곳에 심는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틈틈이 하는 일이라 그리 힘들지는 않다.

 

올해로 세 해째인 직파 벼농사를 끝내는 느낌은 역시나 새롭다. 트랙터로 논을 써레질 하면서 거기다가 바로 직파를 할 때만 해도 이게 제대로 농사가 될지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나락을 거두게 되었으니 감회가 무량하다. 풀과 전쟁 역시 꿈결 같다. 뭐든 집중하면 되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