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자녀 교육, 정말 절실한가?

모두 빛 2011. 4. 7. 00:32

 

이번에 아내와 함께 부산귀농학교 강의를 다녀왔다. 강의 주제는 <가족이 함께 하는 귀농>이었다. 이 주제에 맞게 우리 부부는 일상의 일도 함께 하지만 이렇게 강의도 함께 할 때가 가끔 있다.

 

‘가족이 함께’가 중심 주제이니 아무래도 부부가 출발이 된다. 그렇다. 귀농이란 꽤나 어려운 일인 거 같지만 부부가 생각을 모아갈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해볼만한 선택이 된다. 자연의 많은 생명들은 다 제 짝이 있고, 짝과 함께 다시 생명을 이어가지 않는가. 짐승도 곤충도 곡식도...

 

부부가 함께 하면 덩달아 그 결과도 좋다. 아이 하나만 봐도 그렇지 않나. 부부가 함께 해야 아이가 생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보통 우리 사회 흐름은 이런 근본에서 꽤 멀어지고 있다. 웬만해서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하고, 어쩌다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하며, 아이를 가졌더라도 아이 키우는 기쁨을 누리기보다 자녀 뒷바라지에 허리가 휘는 가정들이 많다. 또한 어렵사리 일군 가정을 조각조각 내는 가정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무엇이 이렇게 가정을 해체시키고 멀리하게 만들었을까. 이제는 정말이지 그 근본을 다시 살펴야 할 때가 된 셈이다.

 

부부가 함께 할 때 자녀가 생기듯 부부가 힘을 합쳐 자녀를 키우면 자녀교육이란 짐이 아니라 기쁨이 된다. 아이들 역시 부모를 잘 이해하고 식구마다 자기 개성을 갖되, 가정이란 틀 안에서는 한 덩어리로 굴러가게 된다.

 

이렇게 부부가 뜻을 모아 함께 살아가면 가족 모두도 함께 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아이들은 학교에 매이기보다 자유롭게 성장하게 된다. 가정을 동심원으로 해서 세상으로 뻗어간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식구 한 사람 몫을 거뜬히 해내고자 한다. 식구 모두  배움도 함께, 놀이도 함께, 일도 함께로 나간다.

 

아이들이 크면서 가족 세미나를 할 수 있고, 가족이 기획을 해서 책을 만들 수도 있으며, 이러저런 작은 사업들을 꾸려낼 수도 있다. 우리 식구는 가족이 함께 해서 <아이들은 자연이다>나 <자연달력 제철밥상> 같은 책을 내었다. 근데 둘 다 가족이 함께 지었지만 앞 책과 뒤 책이 성장이란 점에서 보자면 뚜렷이 다르다. 즉 앞에 것은 부부가 함께 글을 쓰고 나서 아이들이 감수를 해서 냈다면 뒤에 책은 아내가 글을 쓰고, 내가 사진을 찍고, 탱이가 삽화를 그렸으며, 규현이가 감수를 해주었다. 그만큼 식구마다 관심 영역이 다양해지고 또 실력도 늘어났다고 할 수 있지 않나.

 

근데 이렇게 강의를 마치고 나자 질문이 쏟아진다. 우리 부부는 강의를 오래하기 보다 수강생들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두 시간 강의지만 한 시간 가량만 기본 강의를 끝내고 질문을 받는다. 그럼 수강생은 강의의 주체가 되고 우리는 현장감을 얻고 또 새롭게 글 쓸 소재를 얻게 된다. 질문 시간을 주자,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이 쏟아진다. 근데 그 대부분이 자녀교육에 대한 것이었다. 강의 전체 내용 가운데 자녀 교육은 한 부분에 불과한 내용인데 실제 수강생들 반응은 자녀 교육에 쏠린다. 그것도 한번 질문한 사람이 또 하고 또 하려고 할 정도로 자녀교육을 참 어려워한다. 이 날은 특히 아버지들 질문이 많았다. 예전에는 자녀교육이라면 엄마들 관심사였고, 질문도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젠 조금씩 달라지나 보다. 아버지들도 돈으로만 뒷바라지 하는 흐름을 넘어 구체적으로 자녀교육을 고민하기 시작한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 부부가 잘 통하면 자녀교육은 그리 짐이 되는 게 아니다. 대부분 기쁨이 된다. 자녀를 낳는 게 기쁨이듯이 자녀를 키우는 것은 이 기쁨이 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다 짐을 지게 되더라도 그 짐은 든든한 등짐 정도. 짐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적당히 짐을 졌을 때는 오는 든든함 같은 거 말이다.

 

제발 자녀 교육에 부모 삶을 지나치게 걸지 말았으면 좋겠다. 부모가 성장하면 아이들은 저절로 성장한다. 부모가 한 걸음 나아가면 아이들은 열 걸음 뛰어가지 않는가. 자녀 교육보다 더 시급한 건 바로 부모 자신의 삶과 성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