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스크랩] 부쩍부쩍 크는 아이들(모임 후기)

모두 빛 2011. 4. 1. 06:37

          

 



 


 

 

 

                          

   

이번 <홈스쿨링 가정연대> 지역 모임은 한마디로 아주 찐했네요.


할미꽃이 피어나는

3월 하순

일정도 당일치기가 아닌

2박 3일 곡성 참죽나무님네서.

다섯 살 어린이부터 머리 희끗희끗 어른까지 모두 28사람이 와글바글복작북적.


갑자기 낯선 사람을 많이 만나

이를 소화하느라

후기를 쓰는 게 늦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소화가 안 된 부분이 많아요.

그렇다 하더라도 우선

이번 모임에서 내게 긍정으로 다가온 내용을 먼저 정리하는 게 순서일 거 같아

우선 몇몇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적어봅니다.


가장 눈에 두드러진 아이는 ‘1월 1일’(닉네임, 열다섯 살)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가까이 지켜보던 녀석이었지요.

참 듬직하고 마음씨 따뜻해요.

최근에는 볼 때마다 성장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더군요.

이번 모임에서도

이튿날 밤에 어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열정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또 유머 있게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쩍 어른이 되어가는구나를 느끼겠더군요.

좀 다르게 표현하자면 눈앞에서 바로바로 성장하고 있다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한마디 말을 하고,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다시 자기 의견을 재정리하는 그 순간순간들에서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모습이었거든요.

어른들과 눈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그 또래 보통 아이들과 견줄 수 없이 아름답더군요.


‘규현이’도 내 자식이어서가 아니라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보니 또 다르게 보이더군요.

사실 우리 집에서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몸 움직여 일하는 시간을 나는 두 시간 정도 하면 좋겠다 했더니

규현이는 한 시간이 좋겠다 하여

참죽나무님에게 그렇게 전달했었거든요.


근데 막상 일정이 진행되면서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

모두 다 블럭 까는 일을 하기보다

일부는 숟가락 젓가락 만드는 일을 하자 하여

팀으로 나뉘었습니다.

근데 이 녀석이 쉽고 재미있는

목공을 제처 두고

블럭 까는 일에 나서는 것부터가 대견했습니다.

이 일은 아이들이 불록을 수레로 날라주면 어른들이 텃밭 길에다가 까는 겁니다.

제 녀석이 선택해서 인지

그리 힘들지 않게 한 시간 이상 이 일을 하는 겁니다.

단순 노동인데도.


근데 문제는 수레로 반복해서 벽돌을 나르는 일이

어른인 내가 좀 지겹더라고요.

그래서 한 시간 반 정도만 하고 내가 아이들한테 그만하자 했어요.^^


이 블럭 까는 일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아이는 ‘천우’입니다.

천우는 규현이 또래(열일 곱 살)인데

보통 그 또래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다가 좀 당황했습니다.

말로서 의사 표시를 하기보다

몸으로 의사 표시를 많이 하는 아이라는 걸 나중에 알았거든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목공예를 한 반면

블록 까는 일은 상상이 한결 천우 정도였거든요.

근데 천우는 처음에는 하지를 않고 지켜보기만 했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데다가

말 표현이 어눌하니

자신이 어찌 끼어들지를 살피는 거겠지요?


나와 규현이 한결이 이렇게 셋이 한 조가 되어

세 번쯤 수레로 벽돌을 나르다가

천우를 보니 눈빛이 달라진 거 같았어요.

끼워만 주면 할 거 같은 그런 눈빛^^

“천우야, 너도 같이 해볼래?”

그러자 천우가 말없이 수레에 붙는 거예요.

환하게 웃으며.


그리고는 힘차게 수레를 끌고 위로 올라가는 데

힘이 아주 좋더군요.

“잘 했어!”

내가 엄지를 치켜들며 칭찬을 하자

역시나 천우는 말 대신 웃음으로 답을 하더군요.

두 번째는 처음보다 더 당당하게 더 재미나게 더 신나게 수레를 끌었어요.

사람이 만든 복잡한 언어보다

부모가 물려준 몸이 얼마나 더 소중한 자산인가를

천우는 잘 보여준 거 같아요.


이렇게 청소년 셋이서 수레를 끌면서 일하는 걸

지켜보던 하현(열두 살)이 동생(이름을 모르겠어요. 열 살 여자 아이)은

스케이트보드에다가 블록 두 개를 싣고

위로 나르기 시작했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생겼는지

세 개를 얹고 가더군요.^^

이렇게 아이들은 순간순간 자랍니다.


사실 어린 아이들은 말보다 먼저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거지요.

특히 어린아이들 가운데 자신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힘들어하며

우는 아이

눈치를 많이 보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이런 아이들 때문에 

내 마음 한쪽이 무거웠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생각이 좀 정리되면 올릴까 해요.

다만 한 가지만 짚고 넘어가자면

아이가 어릴 때는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가까이서

잘 챙기는 게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 땅의 아이들아,

때로는 몸으로

때로는 맑은 눈으로

때로는 말로

때로는 글로

때로는 노래로

때로는 그림으로

우리 어른들에게 힘이 되어 주어

정말 고맙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다오.

                                                 

끝으로

찬이와 한결이 너희 소중한 공간을

여러 사람에게 내어주어

정말 고마웠어.



출처 : 홈스쿨링 가정연대
글쓴이 : 아이른(무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