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급자족

한 시간이면 될 일을 세 시간이나 끙끙...

모두 빛 2011. 2. 7. 06:26

입춘 지나 하루가 다르게 날이 풀린다. 아궁이 곁에 설치한 수도도 녹았나 싶어, 밸브를 돌리니 픽! 허더니 물이 옆으로 솟구친다.

 

 

아뿔싸! 수도꼭지가 망가진 것이다. 집안 수도와 달리 밖에 수도는 ‘부동 급수전’이라 하여 겨울이면 얼지 않게 하는 장치가 되어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왼쪽에 투명하게 보이는 손잡이가 달려있다. 이걸 오른쪽으로 돌려 잠그면 그 안에 작은 철심이 들어있어 이 철심으로 급수전 맨 아래를 눌러서 막게 되어있다. 그리고 나면 급수전 안에 남아있던 물은 맨 아래로 빠져나가, 땅으로 스민다. 이 급수전을 60센티 정도 땅에 묻기에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겨우네 쓰지 않다가 녹았나 하고 살짝 돌려보니 위에 수도꼭지 전체가 녹이 슬어 떨어진 거다. 부랴부랴 중간 밸브를 잠그고, 건재상에 나가 자재를 사왔다. 부동 급수전만 만원이다.

토요일 날이 저물어 이 날은 그냥 자고, 다음 일요일 일어나자마자 밥상 차리기는 아들과 아내한테 맡기고 일을 시작했다. 도구들 준비. 중 망치와 정. 바이스플라이와 파이프렌치. 테프론 테이프. 작은 모종삽.

 

 

먼저 수도꼭지 둘레를 망치와 정으로 깨야한다. 이 때 문제 하나 발견. 수도꼭지를 연결하고 땅을 묻을 때 둘레에 있던 돌들로 채웠던 거다. 빨리 메운다고 돌덩이를 집어넣은 게 큰 잘못이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일머리. 전체를 꿰고 있어야 일머리다운 일머리가 된다.

 

대부분 수도 관련 부품들이 소모품이란 사실을 잊고 있었던 거다. 일반 수도꼭지도 몇 년 지나면 교체해야하지만 이 부동급수전은 구조적으로 더 약하게 되어있다. 부동급수전도 다양한 제품이 나오는데 시골에서는 좋은 걸 구하기가 어렵다. 이걸 교체한 지가 아마 6년쯤은 되었던 거 같다.

이렇게 자주 바꾸어주어야 한다면 부동급수전을 땅에 묻을 때 위에만 살짝 시멘트를 해 주고 나머지는 모래와 흙으로 채워야 한다.

 

나는 이를 제대로 모르고 일을 했기에 다시 뜯어내는 데만 두 시간쯤 걸린 거 같다. 큰 돌들을 일일이 정으로 깨면서 했으니 말이다. 한 20분이면 될 일을 두 시간 걸렸으니 딱할 노릇이다. 근데 문제는 계속 된다. 땅 속 수도 연결 부위까지 땅을 파고는 부동급수전을 바꾸려보니 너무 녹이 쓸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은 좁아 제대로 힘을 주기가 어렵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액셀 수도관 맨 끝을 톱으로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연결 부품을 분리하는 데 이마져도 안 된다. 다시 급히 차를 몰고 건재상에 가서 부동급수전과 16미리 액셀을 연결하는 연결 너트를 사왔다. 2500원이다. 한 번에 다 볼 일을 이렇게 두 번 세 번에 하니 일이 늦다. 배가 고파 나머지 일은 아침을 먹고 했다. 한 시간이면 될 일을 세 시간 걸렸다.

내일은 비가 온다니 오늘은 마감 시멘트 작업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