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더워지면서 말벌이 기승이다. 사실 한 여름은 뭐든 왕성하다. 곡식도 잘 자라지만 풀도 왕성하다. 환삼덩굴에는 닿기만 하면 가시에 찔려 상처투성이가 되고, 바랭이가 점령한 밭은 손쓰기조차 어렵다.
짐승이나 벌레 역시 마찬가지. 봄부터 깨어난 새 새끼나 고라니 새끼 역시 겁도 없이 들판을 누빈다. 꿩은 붉은 가는 고추를 톡톡 쪼아 먹고, 벼에도 온갖 벌레 왕성하다. 뒤따라 거미도 많아지지만.
근데 아주 겁나는 짐승과 벌레는 독사와 말벌이다. 독사는 조심하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다. 그런데 말벌은 조금만 노력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말벌이 얼마나 무서운가. 말벌에 쏘여 목숨을 잃은 사람을 심심찮게 본다. 그만큼 독성이 강하고, 집단으로 쏘며, 번식력이 왕성하다. 처마 밑에 잠깐 사이 축구공만한 집을 짓거나, 사람이 잘 드나들지 않는 창고 귀퉁이에 갑자기 집을 지어 주인을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말벌은 집이 커질수록, 새끼들이 많아질수록 더 공격적이다. 게다가 흥분하면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특히 공격적이다. 특히 도시에서 찾아오는 손님 아이들이 위험할 때가 많다. 말벌은 아이들 함성과 터질 듯한 에너지에 자신의 영역이 침해당할지 모른다는 위협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말벌은 시골집 처마나 허술한 창고만이 아니다. 아래 링크 기사에서 보듯이 도심 주택가, 학교 운동장 나무, 전봇대들에도 집을 짓는다.
폭염으로 '번식력' 왕성‥주택가 '말벌떼' 기승
http://media.daum.net/culture/view.html?cateid=1067&newsid=20100819223309476&p=imbc
그럼, 예방법이 무엇인가? 바로 말린 쑥이다. 벌은 쑥 냄새 그것도 태운 쑥 연기를 아주 싫어한다. 쑥 연기에 노출되면 기절한다. 그래서 벌집을 약으로 쓰려는 사람들은 화학제품 약을 뿌리기보다 쑥 연기를 태워 벌집을 꺼낸다. 물론 이런 행동은 전문가가 해야지 아무나 하면 벌에게 당한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건 퇴치가 아니라 예방이다. 단오 무렵 쑥이 가장 좋지만 벌 예방을 위해서는 단오 이후 왕성하게 자라는 쑥도 괜찮다. 이를 베어 시원한 그늘에 일년 정도 말려둔다.
벌이 생기기 전, 5월이나 6월 정도에 말린 쑥을 일차 태워 연기를 낸다. 하는 방식은 말린 쑥을 잘 뭉쳐 타기 쉽게 해둔다. 뭉친 크기는 어른 두 손을 합친 크기, 길이는 대략 50센티 미터. 이를 나무 막대기에 철사로 묶어 횃불처럼 만든다. 이 쑥에다가 불을 붙인다. 조금 지나면 불은 잦아들고 연기만 나면서 쑥이 탄다. 이 연기로 바람이 없는 날, 집 구석구석을 소독한다. 창고나 보일러실에도 해 두면 좋다.
우리 집 역시 해마다 처마에 말벌이 집을 지어, 애를 먹곤 했다. 말벌 집을 조심하면서 그냥 넘기기도 했고, 두려움에 119를 불러 해결하기도 했으며, 벌집 세력이 약할 때는 내가 손수 위험을 무렵 쓰고 약을 뿌려 퇴치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올해는 말린 쑥으로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6월초 정도에 지난해 말려두었던 쑥으로 집 구석구석 연기로 소독을 해 주었더니 올해는 말벌을 구경조차 하기 어렵다. 그 흔한 쌍살벌조차 잘 보이지 않는다. 행여나 모르니까 8월 중하순에 한 번 더 쑥 연기 소독을 할 예정이다.
쑥은 뜸, 지혈, 소독용으로 말려두었는데 아주 특별하게 쓰고 있다. 또한 말린 쑥은 목욕할 때 미리 양파 망에 넣어 욕조에 넣어두면 쑥탕도 된다. 밭에서는 잡초지만 밭만 벗어나면 쓰임새가 아주 많은 풀. 가까이 할수록 건강하고, 안전하며,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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