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급자족

두 번째 굴뚝 수리

모두 빛 2010. 3. 29. 13:34

 


시골 살다보면 집을 수리할 일이 많다. 아파트처럼 관리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당 전문가를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 구들 굴뚝만 해도 그렇다.

 

처음 집을 지을 때, 굴뚝에서 목초액을 받고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련 책이나 인터넷에 자료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손수 하는 게 어려웠다.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목초액을 전문으로 받는 사람을 알게 되어 어렵사리 설치를 했다.

 

그런데 이게 설계만 근사했지 자재가 엉망인 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굴뚝 자재를 함석을 한 것이다. 목초액은 쇠를 부식시키는 힘이 크다. 한 삼년쯤 지나니 철판이 삭아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참고로 목초액을 많이 받으려고 설계를 굳이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150미리 연통 상태에서 떨어지는 목초액을 아래에서 받을 통만 놓아두면 된다.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목초액이지만 며칠만 지나면 많이 모인다.)

 

첫 번째 수리는 굴뚝 자재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하면서 하단을 보기도 좋게 한다고 호박돌로 근사하게 쌓았다. 그리고는 목초액도 꺼내기 좋게 한다고 작은 문을 달았다. 이것도 7년쯤 세월이 흐르니 문제가 생겼다.

 

굴뚝으로 나가는 연기구멍이 나무가 타면서 나오는 타르가 엉겨 붙는 걸 긁어내야 하고, 시멘트를 제대로 섞지를 않아 연기가 틈 사이로 조금씩 샜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밑단을 제외하고는 다시 뜯었다.

 

이번에는 굴뚝 크기 정도 구멍만 연도와 일직선 되는 곳에 두고는 나머지는 철통같이 막았다. 간이구멍을 사진에서 보듯이 이런 식을 내면 목초액을 받아내는 것도 쉽고, 굴뚝 연도를 청소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보통 때는 헌옷가지로 막아두고 필요시만 열면 된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굴뚝은 7년 세월이 지나도 끄덕 없다.

 

일년 내내, 그리고 해마다 집을 수리하는 듯하지만 길게 보면 하나둘 제자리 잡아가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