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급자족

색다른 이빨 관리, 포크와 탐침 그 외

모두 빛 2010. 7. 11. 08:34

 

 


살면서 크게 부끄러운 게 하나 있다. 바로 치과 의사 앞에서 크게 입 벌리는 일. 나는 치아 관리가 어렵다. 몸이 재산인 세상, 몸 관리야말로 자급자족의 알파와 오메가가 다 들어있다 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도시 살다가 산골 내려온 뒤, 몸과 마음이 많이 좋아졌다. 그 기록은 <피어라, 남자>에 웬만큼 담았다. 아직도 가끔은 무리를 해서 근골격계에 통증이 온다거나 일년에 한두 번 두통이 오기도 하지만 그 횟수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나아지고 있다. 감기는 15년째 한번도 걸려본 적이 없다. 그리고 웬만한 아픔이나 상처는 집에서 자가 치료를 한다. 쑥뜸을 뜨거나, 단식 또는 사혈 아니면 휴식으로 이겨낸다. 건강검진을 안 받은 지도 10년은 넘은 거 같다. 내가 나를 검진할 수 있는 데 굳이 의료기계나 전문가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게 있으니 이빨이다. 나는 끼니마다 양치를 하고, 치간 치솔을 쓰지만 이걸로도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치태다. 쉽게 우리말로 하자면 ‘이에 끼는 때’가 되겠다. 치태는 사람마다 다르단다. 잘 생기는 사람이 있고, 잘 안 생기는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아내는 후자, 나는 전자다. 나는 일년에 최소한 두 번 정도는 치과를 다녀야한다. 그 때마다 남 앞에 입을 크게 벌려야한다는 부끄러움이 크다.

 

그렇게 치과를 단골로 다니면서 이빨 공부를 많이 하게 된다. 이것저것 물으면 의사는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그러면서 탐침이라는 치과 도구를 내게 선물로 주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양쪽이 낚시 바늘처럼 뾰쪽하다. 이걸 어찌 쓰는가. 처음에는 난감했는데 한두 번 해보니 아주 쓸만했다.

 

탐침을 가지고 거울 앞에 선다. 입을 크게 벌리고 아래 앞니를 보면 이빨과 잇몸 사에 하연 치태가 조금 보인다. 이를 탐침으로 조심스레 긁으니 된다. 의사 말에 따르면 우리 입에서 침이 나오는 곳은 세 곳(혀밑, 턱밑, 귀밑)인데 이 가운데 밤에도 나오는 침샘이 혀밑샘이란다. 다른 침샘은 음식을 씹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다. 하지만 혀밑샘은 역할이 많다. 음식뿐만 아니라 입이 건조하지 말라고도 침이 나온다. 그러니까 밤에도 혀 밑에서는 침이 나온다는 말이다.

 

치태는 음식물에 남은 세균에 의해서도 생기지만 침에 의해서도 생긴다. 그런 점에서 혀 밑에 있는 아래 앞니에 치태가 쉽게 낄 여지가 있다. 이 부분은 남 도움을 받지 않고, 거울을 보고 스스로 치태를 긁어낼 수 있다. 해보면 어렵지 않다. 나름 아슬아슬한 재미도 있다.

 

내 경우는 두 달 정도 지나면 앞니에 하얀 치태가 눈에 보일 정도로 생긴다. 그럴 때마다 긁어낸다. 그렇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이빨은 어떤가. 이건 그냥 남에게 맡겨야하는가.

 

그러다가 우연히 포크를 써보았다. 과일을 찍어 먹는 포크로. 이게 생각보다 좋다, 탐침은 솔직히 날카로워 위험하기도 하여 처음부터 쓰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런데 포크는 그리 위험하지도 않고, 손에 잡기도 좋으며, 길이도 적당하다. 또한 끝이 날카롭지 않고 살짝 뭉뚱하니 치태를 긁어내기 좋다.

 

포크 역시 처음에는 어색하다. 가장 쉬운 곳을 먼저 해본다. 포크를 편하게 쥐고, 거울 앞에 선다. 입을 벌리고 포크를 잇몸과 이빨 사이에 두고 적당히 힘을 주어 민다. 한번 두 번 그렇게 한 다음 포크를 꺼내본다. 포크 끝에 하얀 뭔가가 묻어난다. 이게 치태다. 한번 재미를 보면 나름 재미있다. 마치 귀지나 코딱지 파는 재미와 비슷하다고 할까. 한번 나오면 그 맛에 또 집어넣고 파는 재미? 사실 귀지나 코딱지는 파지 않고 그냥 두어도 저절로 나온다. 그런데 치태는 그냥 떨어져 나오는 법이 없다. 입 구석구석 긁어야할 곳이 많기도 하다.

 

자, 이 정도에서 이빨을 손수 관리하는 법을 순서대로 적어보자.

 

먼저 양치를 한다. 식후 3분을 하라고 하지만 그게 어렵다. 의무만으로 이빨을 관리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말이 3분이지 시계를 재면서 하면 길고도 길다. 나는 대충 한 2분 정도 한다. 그 다음 치간 칫솔을 쓴다. 이건 처음에는 이빨 사이마다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런데 자주 하면 이빨 사이 구멍에 잘 드나드니 일분 남짓이면 이빨 사이를 거의 다 닦을 수 있다.

 

그 다음이 포크다. 이는 이빨 사이보다는 잇몸과 이빨 경계 부위를 긁는데 쓴다. 이빨 구석구석을 포크질하자면 꽤나 시간이 걸린다. 5분 10분은 금방이다. 그런데 좀 전에서 말했듯이 이렇게 하다가 치태가 나오는 게 재미있으니까 시간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 포크를 쥐는 자세나 넣는 모양새에 따라 아주 다양한 곳을 누비게 되고, 그때마다 치태가 나오면 점점 포크질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여 치태가 긁어지면 다시 양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포크로 긁어놓기만 하고 미처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치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양치를 슬쩍 다시 한다.

 

마지막 탐침은 아주 조심스럽다. 이걸로 요긴하게 할 수 있는 곳은 이빨과 이빨 사이다. 이 부위는 치간 칫솔만으로는 다 안 된다. 포크 역시 끝이 뭉텅하기에 다 긁지 못하는 부위기 있기 마련이다.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탐침이다. 아주 정밀한 대신에 아주 조심스레 다루어야 한다. 이빨과 잇몸의 감각. 손끝의 감각과 탐침의 감각을 익혀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탐침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위험하니까 자주 하기는 어렵다. 가끔 심심할 때, 마냥 차 안에서 무료하게 기다린다거나 멍하게 영화를 보면서 하면 좋다. 눈으로는 화면을 따라가지만 촉각은 탐침과 이빨에 가 있는 셈이다. 탐침은 인터넷으로 사도 비싸지 않다. 단 돈 몇 천원이다.

 

이빨을 제대로 관리를 못하면 고통도 고통이지만 의사 앞에 입을 벌린다는 자존감도 많이 무너진다. 반대로 이빨을 손수 관리한다면 내 목숨을 온전히 내가 다 다룰 수 있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 싶다. 탐침과 포크 덕분에 내가 조금은 더 나아지는 거 같다. 이빨 관리는 최근에 생긴, 색다른 내 취미다.


  권대혁 저도 오전에 탐침 하나 온라인에서 주문했읍니다.전 거울달린거로 주문했읍니다. 택배비까지 8800원 드더군요.
좋은정보 감사 합니다. 기술이 달인이되면 서로 치석제거 해주는것도 생각해 보시죠.
2010/07/13 x
  김광화 좋은 이야기네요. 거울을 혼자서도 보면서 할 수 있나요? 그게 가능하면 저도 하나 더 마련하고 싶은데.. 요즘은 가끔 아내 이빨도 해보는데 나름 재미가 있네요 ㅎㅎ 거울 달린 탐침이 있다면 서로 해주는 게 더 쉬울 것 같군요. 2010/07/13 x 2010/07/13 x
  장용선 저는 입안을 물로 한 번 헹구어낸 후 9번 구은 죽염으로 양치하고 그냥 먹습니다. 치아가 깔끔하고 치태가 끼지 않아 아주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