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아이들은 자연이다

[스크랩] 솔직해지기-이야기 해주세요

모두 빛 2010. 8. 7. 04:37

 

 

 

저도 글의 '시의'를 너무 많이 놓친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결과적으로 제 글을 기다리던 산골이님의 글마저 '시의성'을 잃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해요.

산골이님 뿐만이 아니라 에빰 구성원들한테도 죄송해요..

 

이글은 산골이님이 기다리던 글이 아닌데다 앞에 있던 논쟁의 중심을 흐리는 생뚱맞은 글이 될 수 도있지만

 

앞으로 더 이런식으로 미루면 안될 것 같아

창피하지만 두 눈 질끈 감고 써봐요..

 

 

 

 

내가 처음 에빰에 참여하게 된 건

엄마의 제안 때문이었어요.

 

그 때 난 진짜 이해받고 이해해줄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필요했고 

어디에든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갔어요.

 

그리고 첫 모임은 엄청나게 인상 깊었어요.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실질적이고 다양한 부분에서-가령 노래를 작곡해서 연주한다든지, 산에서 풀 뜯어와서 너무 쉽게 요리를 한다든지 하는 사소한 것들- 삶을 공유하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소속되고 싶었어요.

 

그런 이유에서 만남을 계속했고

이 모임이 그냥 쾌락적이고 단순한 만남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살아갈 날들에 대해 확신을 줄 배움을 얻어올 수 있다는 것도 뿌듯했어요.

 

그리고 나는 보통 에빰 속에서 가진 걸 내놓기 보다는 늘 얻어오거나 배워오는 편이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나도 다른사람에게 내가 가진 것을 기꺼이 내줄 수 있도록 역량을 쌓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우선 내 삶에 대해 확신을 갖는 일이기도 했고, 자연을 사랑하고 더 잘 알아가는 일이기도 했고, 농사짓는 기술을 배우고 써먹을 수 있는 것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어요.

아무런 확신도 들지 않아요.

학교를 관두고 자연을 사랑하고 농사의 즐거움을 느끼고 자유와 자립을 지향하는 '탈체제적 성향'을 띈 나의 삶이 나의 것인지조차 잘 모르겠어요.

직접 부딪치고 겪어야할 것들이 무서워서 눈 꼭 감고 앞사람 옷깃 붙잡고 냅다 달려온 것 같아요.

부모님이 살아온 길고 험한 인생의 성취물을 내 것인 마냥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에브리빰뽐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상을 내 것인 듯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꾸 돌아보게 되요.

 

나는 에빰 속에서 지향하는 삶과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 지향하는 삶과 내가 마음속에서 갈구하는 삶이 조금씩 틀린가봐요.

그치만 그런 나자신을 인정하면 그곳에서 소외될까봐 자꾸 솔직하지 못하고 거짓말도 해요.

그래서 언제부터일까, 모임이 있을 때마다 '언제쯤 이런 나를 들킬까' 불안해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같이 하고 싶어서, 뒤떨어지지 않은 척 하려고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다른사람을 흉내내곤 했어요.

그러다 문득 뭔가 잘못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조차-심지어 나자신까지- 나를 모르면 끝까지 속이고만 살아야하잖아요.

 

사람들이 나더러 솔직해지라고 해요. 솔직히

난 정체성을 확립하거나 입장을 분명히 하는 데는 조금 뒤떨어지는 사람이에요.

매사에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그건 논리적인 판단이 되지 않아서 그럴 때가 더 많아요.

한 가지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은 그 사이 놓치거나 잃어버릴 다른 것들에 대한 두려움과 욕심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 모든 건 내가 걸어가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나를 더 힘들게 만들어요.

 

 

확신이라는 건

내가 만들어야 하는 건가요, 때가 되면 스스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일상에 충실하는 것 뿐이라 일상에 충실했어요.

그냥 보이는 것만 보면서 열심히 살다보면 어떤 확신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나봐요.

하지만 안 오네요.

내년이면 스무살인데 어떠한 철학도 사상도, 아니면 최소한의 정체성이라도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완벽한 자립을 하고 자유를 추구할 수 있을까요..

 

정말 모르겠어요.

어떤 과정 속에서 자기 삶을 인정하게 되고 어떤 확신이 너무 자주 흔들리지 않고 곧은 걸음으로 걸어 갈 수 있게 해주나요?

 

어떤 확신도 없으니까

모든 걸로부터 도망가 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죄송해요.. 꼭 늦게 찾아온 사춘기처럼 뒷북치는 소리해서.

노력할게요. 내 생각이 온전히 내 것이 되도록. 배우려고. 생각을 멈추지 않도록. 내 삶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그냥 많이 이야기 듣고 싶어요.

자기 삶에 확신을 갖는 일에 대해서요.

 

 

출처 : 에브리빰뽐
글쓴이 : 영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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