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솟아나는 글쓰기

[스크랩] 계속 될 그림시를 기대하며

모두 빛 2010. 7. 15. 05:45


동시마중 2호를 잘 받았다. 우선 공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손때가 느껴질 만큼. 여러모로 고맙다.
근데 너무 공들이다가 발간 날짜가 조금 늦은 게 아닌가 싶다.


잡지를 본 소감은 아껴가면서 차근차근 이야기할까 한다.

오늘은 김환영의 ‘그림시’.

 

이번 호 그림시는 ?가 살짝 걸렸지만, 잘 읽혔다. ?가 오타라고 하는 데 두 번 읽으니 큰 무리가 없다. 물음표가 있기에 한달음에 읽다가 한번쯤 생각을 해보는 여유를 느낀다. 왜 서로 기댈까? 하는 물음과 여유. 또는 읽는 이에게 남겨두는 여지 말이다.

 

그리고 지난호의 ‘그림과 시’ 대신 그림시라는 말이 좋다. 시가 그림이 되고, 그림에서 시를 읽어내듯 그림과 시는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림시는 시와 그림이 한 몸임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림시를 보면서 동요라는 말도 이제는 좀 달리 부르면 좋을 듯하다. 굳이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로서 동요가 아니라 시에다가 곡을 붙이면 자연스럽게 노래가 되는 시라면 그냥 노래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노래시, 운율과 입말이 잘 살아있는 시.

그림시 내용을 보자면 창간호에서는 3번째 연이 조금 걸렸다. 인용을 하면


"봄내음을 맡아봐.

산에도

들에도

밥냄새가 나.”


산과 들에서 밥냄새로 바로 도약을 해버린 느낌. 나로서는 그 중간에 들나물 산나물로 밥상을 차리는 모습을 떠올렸는데 이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2호에 ㅅ은 잘 읽혔고, 창간호에 이어지는 ‘기획시’라는 걸 알겠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글을 쓰면서 우리 한글이 참 오묘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곤 한다. 간단한 기호 몇 십 개로 어마어마한 인간의 생각과 마음과 영혼을 이어주게 하다니, 한마디로 경이롭다.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자주 느낀다. 도대체 이렇게 글자를 창조하는 과정이 어떠했을 지가 궁금하다. 그런 기록이 남아있는 지를 나는 잘 모른다. 다만 조상이 만든 한글을 고맙게 잘 쓰면서 처음 한글을 만들 당시의 고뇌와 기쁨을 같이 느껴보고자 하는 마음이 늘 있다.

 

김환영의 그림시는 한글에 대한 사랑을 잘 드러내는 거 같아 새삼 반갑다. 시도 좋지만 이렇게 형상화하기까지 시인의 모습도 얼핏 떠오른다. 나대로 상상을 하자면 사전도 뒤지고, 관찰도 하고, 입으로도 중얼거리고, 떠오르는 이미지대로 그림도 그리고...어쩌면 꿈속에서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을 만나는 지도 모르겠다. ㅋㅋ 기회가 되면 시인 자신의 뒷이야기도 들어보면 좋겠다.

 

그림시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시 한 편만으로도 그림책이 되겠다는 점이다. 2호에 실린 ㅅ은 읽으면서 그림책 한 권을 읽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그림책이라면 한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만이 아니라 그 글을 읽어주는 어른 역시 우리 글자를 다시 보게 되고, 사물 역시 또 다른 눈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를테면 산을 보고 ㅅ을 떠올린다든지...

 

그림시에 좀더 욕심을 내도될까. 이왕 북을 치는 거 좀더 쳐보자. 김찬곤이 2호에서 잘 지적한 리듬에 대한 이야기다. 그 글에 공감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시의 리듬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고 감동이라 믿는다.

 

쌓이고 쌓여, 바닥에서부터 차오르는 것들은 다 리듬이 있지 않나. 살아있는 것들 역시 다 리듬이 있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는 것들이 다 리드미컬하다. 너무 슬퍼서 흐느끼는 것조차 리드미컬하다. 울자면 목과 눈과 숨과 심장이 함께 해야 하니까 리듬이 절로 난다. 안에서 솟구치는 기쁨 역시 마찬가지.

 

하여, 그림시에 좀더 욕심을 내어 리듬까지 더 살려낸다면 ‘그림, 노래, 감동’ 이 삼박자가 다 녹아든 그런 창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건 그냥 나만의 욕심이다. 그림시는 그냥 지금도 충분히 좋다.

 

 

언제 한번 소박하게 ‘동시소풍’을 해보면 어떨까. 각자 먹을 도시락 싸,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모인다. 도시락을 쌀 때, 시도 몇 편 싸고, 자신이 만든 노래도, 자신이 그린 그림시도 싸온다. 도시락을 풀고 먹고 노래와 그림에 맞추어 춤도 춰보고. 아이들과 함께...

출처 : 고양이와 통한 날 _ 이안 시인의 동시 카페
글쓴이 : 아이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