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벼를 직파하기로 했다. 벼 직파를 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동안 몇 번의 실험적인 직파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게 첫째다. 직파의 장점은 많다. 단점이라면 싹을 제대로 튀어 올리는 것과 태풍에 쓰러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수확도 이앙에 견주어 좀 적은 편이다.
논을 써레질 한 다음 논바닥을 아주 고르게 하지 않는 한 논 여기저기가 울퉁불퉁하기 마련이다. 이 때 물이 깊은 곳에 떨어진 볍씨는 싹이 제대로 나지 않을 수 있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직파는 이앙과 달리 뿌리를 깊게 뻗지 못한다. 보통 씨앗은 뿌리를 먼저 내리면서 싹이 나는 게 순서다. 그런데 수심이 깊은 곳에 뿌려진 볍씨는 뿌리보다 잎이 먼저 나와 수면 위로 올라오고자 한다. 물이 깊은 곳에서는 싹이 나는 순간 탄소동화작용을 해야 하기에 그렇다. 이렇게 하다보면 줄기가 뿌리보다 앞서 길게 자라기에 잘 쓰러진다.
그 외에 제초작업은 왕우렁이를 넣으니까 큰 문제가 안 된다. 밀식된 곳은 틈틈이 솎아내듯 하면 된다.
직파의 장점은 일이 쉽다는 거다. 특히나 기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람일수록 직파를 선호한다. 못자리에 하자면 모판 상자를 준비하고 이앙기에 의존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 힘이 많이 들어간다. 수확이 좀 적은 대신 인건비가 적게 든다는 게 장점이 된다.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직파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트랙터나 이앙기가 있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앙을 더 좋아한다. 이앙은 가장 확실하고 안정된 농사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올해 직파를 결정한 주된 이유는 날씨 때문이다. 보통 이 곳은 못자리를 4월 중순에 하고 모내기를 5월 중하순에 한다. 그런데 올해 날씨는 계속 춥고 비는 잦았다. 4월말에 눈이 와서 앵두는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다. 싹이 나던 감자도 서리를 맞아 고생중이다.
날씨가 이럴 때는 사람 중심보다 자연을 따르는 게 더 순리가 아닌가 싶어서다.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볍씨라면 날씨가 따뜻해야 싹이 난다. 5월 1일 볍씨를 열탕 소독한 다음 물에 담갔다. 보통 때보다 보름정도 늦게 침종을 한 셈이다. 열탕 소독은 60도 물에 5분 남짓 볍씨를 담가, 자연 소독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 열흘 남짓 지나 싹이 돋아나면 직파를 할 예정이다.
이제 틈틈이 논두렁 바르고 본 논에 직파준비를 해야 한다. 과연 올 한 벼농사가 어찌 될까.
직파 요령은 다양하다. 참고할만한 책은 농민신문사에서 나온 <쌀농사 이렇게 짓자>다. 이 책은 쌀시장 개방화에 맞서 생산비를 낮추는 대안으로써 직파를 제안한다. 다만 이 책은 직파 뒤 제초작업에 제초제를 사용하라고 하는 데 이건 위험한 방식이다. 직파에는 땅 상태나 지역이나 농사꾼에 따라 종류가 다양한 데 내가 했던 방식은 이렇다.
*기본 원칙은 볍씨가 잡초보다 먼저 자라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이 따스할 때 씨앗을 뿌려야한다. 보통 산간지대는 5월 중순 정도가 적기다.
-5월 초 볍씨를 담그고, 10일 정도 지나 볍씨를 싹 틔운다.
-물 로타리를 친 다음 흙탕물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물이 맑아지면 논 뒷 배수로를 두어 즉시 물을 거의 다 빼다시피 한다. 이론상으로는 흙 표면에서 일 센티 남짓이지만 이렇게 논바닥을 고르기는 쉽지 않다.
-흙이 곤죽이 된 상태에서 볍씨를 흩뿌린다. 이 때 중력의 힘과 곤죽이 된 흙 상태로 볍씨가 살짝 흙에 묻힌다. 너무 깊게 묻히면 씨앗이 썩게 되고, 물이 깊은 곳에 볍씨는 웃자라 쓰러지기 쉽다.
-논이 마르지 않을 정도 물을 댄 상태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 볍씨가 조금씩 자라면 거기에 맞추어 물을 조금씩 댄다.
-볍씨가 자라는 정도를 봐가면서 물 위로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왕우렁이를 넣는다.
-베게 뿌려진 곳은 틈틈이 속아내고, 드문 곳은 벤 곳의 벼를 옮겨심는다. 씨앗은 10a(300평)당 3키로 정도. 되도록 조생종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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