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인데도 생각보다 날이 따스하다.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지만 낮에는 10도까지 올라가곤 한다.
훈탄과 퇴비는 보통 봄에 해왔다. 그런데 올해는 가을걷이 끝나자마자 훈탄을 만들었다. 가을 뒤 끝에 하니까 시간이 넉넉해서인지 두 번에 걸쳐 보통 때보다 배나 많게 했다. 한번은 논밭에 뿌릴 것으로 대충 만들고, 또 한번은 상토 흙에 넣을 것으로 좀더 정성껏. 잘 만든 훈탄은 보는 것만으로 눈이 부시다. 경험이 쌓이니까 어렵지 않다.
이렇게 하고도 시간이 많다. 올 겨울에 시간이 팍팍 넘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가 하던 땔감을 상상이가 다 하니까 그렇다. 올해 들어 아이는 땔감 하고 도끼질 하는 맛을 알았는지 날마다 알아서 한다. 자식 덕 본다고 내가 너무 늘어지면 되겠나.
나도 몸을 움직이고 싶다. 퇴비를 만들어볼까. 보통 퇴비는 봄가을 따스한 때 띄워왔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실험을 해본 거다. 미생물이란 적당한 환경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 봄가을이 좋기는 하지만 겨울이라고 안 될 것도 없지 싶다.
닭장을 치고, 음식물 쓰레기를 쌓아둔 두엄더미도 끌어내고, 썰어둔 볏짚, 재를 모았다. 왕겨와 쌀겨는 사고, 길가에 뒹구는 참나무 낙엽을 끌어 모았다. 깻묵도 구하고.
이 재료들이 대부분 아주 건조한 상태다. 퇴비 재료를 켜켜이 쌓으면서, 물을 충분히 정성껏 뿌렸다. 미생물이 번식을 하자면 온도 영양 수분 이 세 가지가 잘 맞아야 한다. 아무리 온도를 맞추고 영양이 풍부해도 수분이 부족하면 안 된다. 겨울이라 건조하니 봄가을보다 물을 더 흠뻑 주었다.
그리고는 보온을 위해 퇴비 더미 위를 비닐로 덮었다. 자, 어찌 될까. 처음 시작한 날의 낮 기운은 14도. 하루 지나서는 김장한다고 미처 온도 확인을 못했다. 그 다음날 온도계를 가지고 재어보니 74도 아닌가. 이야, 이 정도면 봄에 띄우는 거랑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 다음날은 79도다. 그것도 해뜨기 전인 이른 아침인데. 밤과 새벽에는 영하 5도 정도까지 떨어지곤 하는 데. 퇴비가 뜨는 만큼 내 기분도 방방 뜬다.
농사에서는 퇴비만 되어있다면 한 해가 순조로운 편이다. 발효퇴비는 효과가 좋다. 게다가 봄에 띄어 부랴부랴 쓰는 게 아니라 겨우내 숙성을 할 수 있는 장점도 크게 작용한다.
퇴비를 띄우기 시작한 지 일주일. 서서히 온도가 낮아지면서 이제 74도까지 떨어졌다. 온도를 봐가며 60도 아래로 떨어지면 다시 한번 뒤집어야한다. 이런 식으로 뒤집기를 두어 번 한다. 겨울에 퇴비 띄우기, 그 열기 때문인지 내 마음도 더 따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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