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란 주말이 따로 없다. 곡식이 주말이라고 자라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을 즐겨야 하지 않겠나.
논에 물을 잡기 위해 논두렁을 바른다. 눈두렁에 자운영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냥 일을 마치는 것만 목표라면 이 꽃을 베어 논에 거름으로 넣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꽃을 즐기는 거다. 논두렁에 물이 안 샐 정도만 바르고 자운영을 곳곳에 남겨두었다. 꽃은 사람을 기분이 좋게 한다. 허리 아픈 것도 잊을 만큼 모르핀 효과도 살짝 있다.
그러다가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풍광이 좋다. 구름과 해와 저녁 노을이 앙상블을 이룬다. 수시로 바뀌는 거대한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 잠시 일손을 놓고, 카메라를 집는다. 찰칵 찰칵.
다시 내 마음에도 담아둔다. 찰~칵. (2009.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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