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집에 미국에서 한 식구가 오셨어요. 부부가 아들 둘을 데리고. 이 식구는 워낙 서부 엘에이 부근에서 살았는데 최근 뉴욕 부근으로 이사를 갔답니다. 거기 있는 슈타이너 공동체마을로. 그이들 꿈은 자급자족농사에요. 귀농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닌가 봐요.
그이와 저는 가끔 메일을 주고받아요. 저 혼자만 보기가 아까워, 여기에 올릴까 합니다.
오늘 그 첫편을 기대해 주세요. ------------------------------------
벌써 입추인가요?
여기는 여름내내 추워서 오늘 아침에도 겨울잠바를 꺼내입고 닭장 문 열어주러 나갔습니다. 토마토는 열리기는 주렁주렁 열리고 알도 굵은데 빨개지지를 않아요. 밑에 붉은색을 깔아놓으면 빨리 익는다고 해서 해 보았는데도 역시 햇빛의 힘이 없이는 안되는가봐요.
참 그때 주신 고추씨앗은 심어서 한 15 그루가 잘자라고 있어요. 씨앗을 아껴두고 있어요. 내년에 저희 땅 생기면 많이 심을려고.
저희 그동안 마늘 수확해서 동네 가게에 팔아서 종자 산 돈 뽑고 내년 종자도 두배 정도 수확했는데 너무 비가 자주오는 바람에 온 집이 축축해서 마늘이 10월말까지 곰팡이 없이 잘 지낼른지 걱정입니다. 마늘을 여기서는 소프트넥, 하드넥이라고 구분을 하는데 소프트넥은 오래보관할 수 있어서 보통 마켓에서 저희가 사먹었던 것은 그것이라고 하네요. 저희는 하드넥을 많이 심었는데 알이 굵어서 껍질벗기기도 편하고 구우면 꼭 구운 양파처럼 단데 생으로 먹으면 별이 보이고 정신이 혼미해질정도로 매워요. 동네 아저씨는 그 마늘이 약이라고 몇알씩 과자처럼 먹네요.
어쨌든 저희들의 첫여름은 아주 축축해요. 겨울이 시시할 까봐 걱정입니다.
언니, 우선 저희 사는 이야기를 언니 웹싸이트에 넣을만큼 가보치가 있다고 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음악캠프에 가있어서 저에게 컴퓨터 차례가 오는데 아이들이 돌아오면 자주 연락을 드릴 수 있을지 약속을 드릴 수 가 없네요. 게다가 저의 정보는 할렘빌이라는 조그만 마을에서도 1.23에이커 안에서 일어나는 그것도 제 안경알 넓이만큼만의 정보여서 얼마나 교환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구요. 어쨌든 쓸 수 있는만큼 써볼께요.
토마토 말이인데요. 저희 동네아저씨말로는 이렇게 습할때는 라임(석회)를 뿌려주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아직 제가 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 아저씨는 아주 농사에는 베테랑이어서 믿어볼 만 합니다. 저도 해볼 생각이고요.
곡식에 대해선대요. 제가 이미 말씀드렸는지 모르겠는데 여기 사람들은 여기 곡식은 동물사료로나 쓰고 자기들 먹을거리는 중부, 서부, 캐나다에서 온것을 사먹는 것으로 생각해왔었는데 개스비의 상승으로 수송비가 비싸지니까 곡식의 자급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얼마전 뉴욕유기농농부연합에서 주최하는 모임에 갔었는데 여러가지 밀종류와 껍질없는 귀리등을 보여주면서 같이 실험농을 해볼 농부를 모집하더라구요. 그런데 문제는 기르는 것은 기르는 것인데 수확후의 처리과정이 만만치 않아요.
저희가 가본 것은 그동안 동물사료를 길러서 팔아오던 농장에서 사람먹이로 전환하는 농장인데 탱크보다 더 큰 콤바인에 집크기만한 곡식말리는 기계에 사방이 철판으로 들러진 저장소에 도대체 저로서는 감당을 못할 규모인데 여기서는 소농이라고 합니다. 동네 방앗간은 전무하고요.
가장 가까운 곡식처리장이 바로 그 농장 (그것도 사람용으로 쓰기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껍질까는 과정은 뺀)인데 여기서 차로 50여분을 가야합니다. 그 모임에 오신 나이드신 한분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더라구요. 내 논밭에서 기른 곡식을 내 손으로 처리해서 내 밥상에 올리는데 쓰는 농기구는 없느냐고. 그러니 결국 나오는 이야기가 도리깨질, 절구, 그리고 선풍기, 체였어요 물론 아무도 해본 적이 없으니 그런 기구도 없으니 말뿐이지요. 아마도 석유이후의 농사는 결국 석유전의 농사법을 따라야겠고 그 농사법은 동서양이 비슷한 가 봅니다. 그래서인데 한국에 가정용 농기구를 제작하는 곳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여기 큰 씨앗회사에서 한국산 호미를 파는데 제가 일반 한국마켓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나아보이던데 어느 회사가 제작하는지 모르겠어요. 일본에서는 Cecoco라는 회사에서 가정용 곡식처리기구라든지 기름짜는 기구를 만든다고 하는데 혹시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요.
저의 생각은 야채야 들풀을 뜯어먹어도 되지만 곡식은 꼭 자급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자급과정이 너무 원시적이고 노동집약적일 필요는 없지않을까 해서 종 알아보고 있는 중인데 결국 해답은 아시아쪽에 있는 것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