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급자족

집 둘레에서 땔감 하기

모두 빛 2008. 12. 1. 16:40

 

 

겨울이다.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운 계절. 땔감을 해야 한다. 올해는 되도록 집 둘레에서 땔감을 해 볼까 한다.

 

예년에는 주로 산에서 했다. 산에서 하면 정부에서 간벌한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어, 한꺼번에 많이 할 수 있다. 이런 나무는 도끼질하기도 좋고, 장작을 가지런히 쌓기도 좋다. 한 짐 해오면 며칠을 거뜬히 지낼 수 있어 땔감이 알차다.

 

반면에 안 좋은 점도 많다. 우선 나이가 들수록 산은 위험하다. 게다가 지게질까지 하면서 산을 오르내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젊더라도 잔뜩 진 지게짐은 자칫 무릎에 무리가 되기도 한다.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산으로 깊이 들어가기보다 들머리에서 땔감을 한다.

 

집 둘레에서 땔감을 하는 것 역시 장단점이 있다. 집 둘레는 잡목이 많다. 찔레부터 뽕나무, 신나무, 참나무, 은사시나무, 아까시나무들.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굵기가 들쑥날쑥이라 가지런히 쌓아두기가 어렵다. 또한 이런 나무들은 잔가지가 많기에 불을 때다 보면 금방 다 타버린다. 그러니 아궁이 곁에 계속 붙어있어야 한다. 반면에 굵직한 장작은 밑불을 살린 다음 아궁이에 집어넣으면 오래 탄다. 바람 불고 추운 날은 불 때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잡목이 장점도 많다. 가장 큰 장점은 집 둘레와 밭 둘레에 그늘지는 걸 막아준다. 집 둘레 나무가 너무 높게 자라면 집이 그늘지게 된다. 밭곡식에게는 뿌리까지 겹치니 양분 손실이 많다. 큰 나무는 벼락 피해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건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큰 나무로 얼른 땔감을 하고 집안에 웅크리기 보다는 시나브로 땔감을 하는 게 건강에 더 좋을 수도 있지 않겠나.

 

요즘은 계속 밭 둘레에 나무를 벤다. 뽕나무가 가장 많다. 굵은 뽕나무를 곁가지 치고, 작은 가지는 가지런히 다발로 묶어 쌓아둔다. 찔레나 칡은 베어서 그냥 바닥에 깔아둔다. 이런 걸 땔감으로 하자면 성가시다. 칡 줄기는 나뭇가지를 묶는 끈으로 이용한다.

 

집 둘레, 밭 둘레에 자라는 나무를 웬만큼 하면 냇가에 나무를 벨 생각이다. 이 역시 너무 무성해서 사람이 냇가에 접근하는 것조차 어렵다. 농사철에 보메기를 하자면 이런 나무들을  다 베어주어야 하는데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겨울철 한가할 때 틈틈이 베어주면 농사철에 한결 여유가 생기지 않겠나.

 

이 모든 장점보다 더 강한 동기는 시간이다. 이렇게 쉬엄쉬엄하는 일은 시간을 잊게 만든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시나브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잊고 자기 에너지만큼 살아가는 힘이 우리 둘레에 널려있다는 걸 올 겨울 체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