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씨를 너무 못 쓴다. 악필도 그런 악필이 없다. 남이 못 알아먹는 거는 제처 두고, 내가 쓰고도 나중에 보면 내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
그러다 보니 늘 내 글씨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자라면서 글씨 공부를 차분히 하지 못한 걸 후회하곤 했다.
그림을 그려보니 이건 정성이다. 천천히 하나하나. 글씨도 이렇게 배웠다면 얼마나 좋겠나. 어느 순간 이런 마음이 들면서 느낌이 팍 왔다. 나를 치유하는 그림을 그려보자. 글씨 못 쓰는 나를 위로하자. 이제는 자판을 두들기면 누구도 글씨체를 가지고 탓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대로 글씨를 마음껏 써 보자. 천천히도 써보고, 옆으로도 써보고 싶다.
이왕 글을 쓰는 거, 나를 자신 있게 표현하기 위해 내 이름으로 글자 놀이를 해 보자. 거대한 기둥처럼, 건물처럼, 산처럼, 태양처럼. 광~ 화!!! 또 한번 자뻑에 젖어든다. ㅋㅋ 애초에는 글과 그림의 차이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림이 글이 되고, 글이 곧 그림인 시절.
그렇게 그림 그리듯 글씨를 써다보니 신명이 난다. 너울너울 춤추듯 글씨를 써본다. 아주 마음에 든다. 춤추듯 그림을 그려본다. 글과 그림 그리고 마음이 하나 되는, 그런 신명을 살리고 싶다. 글씨와 그림에 주눅 든, ‘내안의 그림자’를 날려버리자. 춤추듯 부드러운 옆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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