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요맘때 모기가 극성이다. 이제 조금 지나 찬바람이 불면 맥을 못 추는 게 모기다. 모기로서는 지금이야말로 부지런히 피를 빨아 번식을 해야 할 때다.
사람처지에는 괴롭다. 날이 더워 긴팔 긴바지를 입고 일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워낙 모기가 집요하게 무니 긴바지는 입지 않을 수 없다. 장화도 신어야 한다. 목이 짧은 신발은 작은 틈새를 비집고 모기가 문다.
아무리 모기가 극성이라도 긴팔 소매 옷은 입기가 어렵다. 반팔 소매 옷을 입고 일을 하다 보면 모기가 나타난다. 일에 집중이 안 된다. 모기를 잡게 된다. 얼굴이나 목둘레에 모기가 나타나면 왱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팔 근처 모기는 일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팔뚝이나 손등에 달라붙어있다. 특히나 눈에 잘 안 띄는 팔뚝 뒷면에 자주 붙는다. 뭔가 가렵다 싶어 팔을 돌려보면 한창 피를 빨고 있다.
모기가 피를 빨 때는 몰입 그 자체다. 사람 손이 다가가도 모른다. 죽을힘을 다해 피를 빤다. 이런 모기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이렇게 모기랑 실랑이를 하다 보니 나름 느끼고 배우는 것도 있다. 첫째는 감각이다. 낫질을 하거나 김을 매다가도 모기가 몸에 달라붙으면 그 어떤 느낌을 받는다. 모기라는 놈이 얼마나 작은가. 가볍게 날아 피부에 살짝 앉지만 이를 몸으로 느낄 때가 많다. 때로는 모기가 않지도 않았는데 않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피부에 원가 와 닿은 느낌은 한결 살아난다. 들짐승들은 털이 감각을 살려주고 몸을 보호하지만 사람은 피부가 감각을 살려주고 보호한다는 걸 잘 느끼게 된다.
또 하나는 모기를 자세히 관찰하는 기회가 된다. 모기는 날다가 적당하다 싶은 사람 피부에 앉는다. 그런 다음 침을 고정을 하고, 뒷다리 가운데 하나를 위로 든다. 이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사람 피부에 침을 꽂을 때 힘을 주기 위해서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맨 뒷다리 가운데서도 왼 다리를 자주 드는 편이다.
이렇게 다리를 드는 걸 보는 순간 반대편 손바닥으로 때려서 모기를 잡는다. 조금만 지나. 침이 피부 속으로 들어가면 그때부터 가렵고 피부가 부푼다.
피를 빨 때 모기란 놈이 얼마나 집요한 지...모기에 물린 줄도 모르고 한참 일하다가 가려워 보면 배가 빵빵한 모기가 있다. 이 때 근육에 갑자기 힘을 꽉 주면 모기가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근육이 경직되면서 모기가 침을 빼지 못하는 거다.
어제는 장독대 둘레에 풀을 치다가 짝짓기 하는 모기가 팔뚝에 달라붙은 적이 있다. 암놈은 수놈에 견주어 두 배는 커 보인다. 모기 짝짓기는 그 모습이 아주 특이했다. 잠자리와 달리, 수놈은 암놈 꼬리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암놈은 언제든 사람 피를 빨 정상 체위를 하고 있고, 수놈은 암놈을 마주 보는 자세다. 그렇지만 수놈은 몸통을 굽혔기에 암놈 몸통 부분에 머리가 있는 정도. 두 마리가 엉긴 모습을 쉽게 설명하자면 낚시 바늘을 떠올리면 쉽다. 바늘 끝이 수놈이 된다. 이렇게 관찰이 끝나자 한꺼번에 두 마리를 잡는 쾌거를 이루었다.
극성스런 모기, 산골 여름에 날마다 부딪치는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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