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이랑 정농회 여름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장이 여기서 멀지 않은 정읍이라 갈까 말까 망설이는 데 담당 간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탱이랑 같이 와 달라고. 날도 덥고, 오랜만에 바람이나 쐬자는 기분으로 갔다. 탱이 역시 특별한 목적이라기보다 인연을 조금씩 넓혀 보고 싶다며 같이 가기로 했다.
이번 연수는 주제 강의는 하나였고, 나머지는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짜였다. 연수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왔다. 100여명이 무더위를 뚫고 모였다. 나이 드신 어른들도 많이 오셨다.
주제 강연은 상지대 김성훈 총장이 했다. 이 분은 예전에 농림부 장관을 지내면서 우리나라에 최초로 환경농업을 국가정책으로 도입한 경력이 있다. 정농회 회장인 임락경의 부탁으로 먼 길을 달려왔다. 강의는 ‘FTA에 살아남는 길’이지만 원론적이고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강의가 끝나고 총장이 연수장을 둘러보다가 임락경 회장이 탱이를 부른다. 그러더니 김총장에게 인사를 시킨다. 나로서는 탱이를 챙기고 그렇게 인사를 시키는 임락경 회장이 고맙다. 그런데 탱이가 대학교를 안 다닌다고 소개를 하니 총장은 눈을 화들짝 떠드니 대뜸 한다는 말이
“방송통신대를 다녀!” 그런다.
한번만 그 말을 하고 넘어가면 좋을 텐데. 서너 번을 반복해서 한다. 내가 곁에서 보다가
“자기 길을 가는 게 중요하지, 대학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그랬더니 다시 장황하게 앞날에 후회한다고 꼭 졸업장을 따란다. 탱이는 웃고 마는데 나로서는 그런 충고가 달갑지 않다. 나중에는 이런 말까지 한다.
“아버지 말 듣지 말고 내 말 들어!”
나는 기분이 안 좋았다. 탱이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가운데 총장이랑 나눈 이야기가 나오자 탱이가 그런다.
“나는 그런 말을 하도 들어서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해요. 자꾸 대꾸해봤자 더 말을 많이 듣게 되거든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안 된다. 대학총장이 나를 몰아세웠듯이 나 역시 ‘눈 먼 교육자’들에게 비판과 충고를 하고 싶다. 그것도 진심으로. 내가 볼 때 대학 총장이지만 그 분이 나누어 줄 수 있는 충고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본인이 대학 하나를 책임지고 있는데 아이들이 대학을 안 간다는 거는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정보와 지식이 넘치는 세상. 그래서인지 충고도 넘치는가. 하지만 사람 사이 첫 만남에서 지켜야할 예의라는 것도 있지 않을까. 최소한의 관심 말이다.
“집에서 지내니 어떠니?”라든가
“어때? 지낼 만 하니?”
라고 먼저 물어주면 좋겠다. 그렇게 관심을 나누어가다가 아이가 뭔가를 필요하다고 하면 자신이 그걸 채울 수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면 어떨까. 그게 안 되면 아이를 제대로 이해해주는 것 만해도 아이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만일 그 사람이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육자고, 상대가 아이들이라면 최소한의 관심은 예의이전에 의무라고 본다.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무얼 배우고 싶어 하는 지를 먼저 물어보아야 하지 않겠나.
음, 하고 싶었던 말을 이렇게 글로 풀어내고 나니 내 속이 조금 후련하다. 참교육은 걱정이나 쓸데없는 충고가 아니라 목마름을 적셔주는 생명수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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