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연과 하나 되기

너도 나도 환경농업

모두 빛 2007. 6. 27. 07:23

 

군에서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취득하라는 공문이 왔다. 세상이 참 좋아지는구나 싶다. 우리가 처음 시골 내려와 환경농업 하겠다니까, 그 당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뜨악해했다. 대규모로 농사를 지어야 경쟁력이 있다며 도시내기들의 꿈같은 짓이라고 못마땅해 했다. 농업기술센터에는 환경농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고, 담당 부서는 당연히 없었다. 하지만 본인들이 그렇게 하겠다는 데 어쩌겠는가.  

동네 할아버지들 걱정까지 겹치는 가운데 꾸준히 오리농법을 하고 제초제를 치지 않고 농사에 매달렸다. 그리고는 유기재배 표시라는 허가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생협에 직거래를 했었다.

그리고는 친환경농산물이 인증제로 바뀌면서 이 제도에는 참여를 하지 않았다. 인증에 드는 돈도 적지 않게 드는데다가 농산물로 돈 할 생각이 없어지면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은 거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 우리 집 환경이 다시 바뀌었다. 아이들이 농사를 좀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하고, 농산물을 팔 생각도 있다 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한 대로 군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오니 ‘밑져도 남는 장사’가 된다. 어차피 우리는 환경농업을 하고 있으니 속임수를 쓰는 것도 아니고 사실 그대로 그냥 인증만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

무주군에서 보내온 안내문 일부를 아래 옮겨본다.
“우리 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금년도 1,000 농가 목표로 친환경농산물 인증취득을 추진. 우선 인증취득을 원-스톱으로 처리하기 위하여 직원들로 구성된 <친환경농산물 인증 취득 도우미> 지정 운영과 지역농협에서는 영농일손을 덜어주기 위하여 <인증비용(출장비, 수수료, 토양용수검사료)> 전액을 지원. 또한 인증 취득 농가를 대하여 장려금지원은 물론 행정에서 지원되는 <각종 보조 사업 우선 지원>과 쌀소득등 보전 직불금과 관계없이 <친환경농업 직불금>을 3년간 별도로 지원...”

아내랑 기술센터를 갔다. 완전히 예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친환경 농업’이라는 담당과가 있는 건 물론이고 담당 공무원이 여럿이다. 우리가 가니 담당 공무원 두 사람이나 곁에 와서 친절하게 앞 뒤 정황을 설명해준다. 인증에 드는 돈도 먼저 농가에서 지불하면 나중에 군에서 그 값을 돌려준단다.

기술센터에서 주는 자료랑 봉투를 챙겨 이번에는 농산물 인증을 신청하기 위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 무주출장소를 갔다. 이 곳 역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예전에는 승용차로 30분이나 걸리는 진안까지 가서 간신히 업무를 보곤 했는데 이제는 무주읍에 아예 빌딩이 있고 직원이 여럿이다. 그만큼 친환경쪽으로 변화가 계속 되고 있다는 거다.

이 곳 담당 공무원도 무척 친절하다. 귀농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영농일지를 잘 쓴다느니 하며 칭찬을 하고 인증을 받는데 적극 도와주겠단다.

이렇게 두 군데 들린 걸 근거로 집에 돌아와 당장 논밭에 흙을 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늘에 말렸다. 이 흙을 말린 다음에 기술센터에 보내고 영농일지, 토지대장, 지적도 사본 그리고 시비처방전을 첨부하여 인증 신청을 하면 된다. 절차와 문서가 조금 복잡하기는 하나 평소에 농사일기를 적고 또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한 덕에 그리 어렵지는 않다.

새삼 돌아보면 지금은 너도 나도 환경농업이다. 이제는 마을 할아버지들도 환경농업에 적극적이다. 벼농사도 대부분 오리 농법이나 우렁이 농법으로 짓는다. 9년 전에 내가 할 때는 오리는 물론 오리망과 사료들을 전부 개인이 마련해야했으나 지금은 이런 자재들이 거의 다 정부 지원이 된다.

환경 농업을 하고, 직거래를 하지 않으면 점점 판매가 어려워진다. 정부 지원 역시 재원은 한정되어있으니 지원을 하자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환경농업은 딱 좋은 명분이 된다. 그러다 보니 전국적으로 통계를 내어 보아도 이제는 농약사용이 확실하게 줄었단다. 오리 농법 하나만 해도 그렇다. 제초제를 안치는 건 물론 물바구미 약이나 도열병 약을 안 해도 된다. 이것만해도 놀라운 변화다.

농사로 돈 벌기는 여전히 어렵지만 환경이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건 무척 고무적이고 신나는 일이 아닐까. 이제 농업은 환경을 살리는 걸 넘어 생명을 그 근본에서 살리는 쪽으로 나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