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과일 나무 답사를 하자면 나무 일반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하리라. 알면 보이고, 아는 만큼 본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나무에 대한 책은 많지만 그게 나와 또 잘 맞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을 잘 읽었다. 이 책은 상당히 두툼하다. 전국의 오래되고, 크고, 우람한 나무들을 찾아 발품을 팔면서 정성을 기울인 책이다.
특히 나는 저자가 오래된 나무 가운데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사라져갈 위기에 처한 나무들을 보호수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고 또 이것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감동스럽다. 나무에 대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이를 책으로 낸다는 것도 큰 애정이다. 근데 여기에 머물지 않고, 행동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나무를 공부한다는 건 단순한 지식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를 소통이자, 사랑이라고 본다. 나무가 있어 우리 삶이 풍요롭듯이 나무를 이해하는 만큼 우리 삶도 깊어지지 않겠나.
저자는 이 책 말고도 나무에 대한 책을 꽤나 여러 권 냈다. 한마디로 존경스럽다. 기회가 되는 대로 찬찬히 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만나고도 싶다.
더불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나무를 그린다. 그건 곧 평범한 나무들에 대한 관심이다. 오래되고 장엄한 나무는 역사를 간직하여 이야기가 많다. 보는 순간 강렬한 영감을 받는다. 하지만 숲을 이루고, 우리네와 삶을 함께 하는 건 보통의 평범한 나무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위대한 인물이 역사를 끌어온 것 같지만 사실은 보통 사람들의 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저 묵묵히 역사의 수레바퀴를 밀어왔을 뿐이다. 그런 보통 사람들이 이제 역사의 주체가 되어야한다.
나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조상 대대로 과일로, 땔감으로, 종이로, 연장으로 우리네 삶과 함께 한 건 보통 나무들이다. 빼곡한 숲 속에서 서로 경쟁도 하고, 의지도 하면서.
때로는 태풍이나 벌레 때문에 쓰러지기도 한다.
또한 그 곁에서는 작은 씨앗이 싹이 터, 이제 막 돋움을 시작하는 어린 나무가 자란다.
오래된 나무가 역사를 간직한다면 어린 나무는 미래를 품고 있다. 역사를 되새기고, 미래 가능성을 품을 때 지금 삶은 보다 온전해지리라.
우리는 숲을 가끔 바라보지만 숲의 나무는 우리를 늘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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