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아기도 사회적 동물이다.

모두 빛 2017. 8. 15. 08:34

흔히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혼자 살 수는 없다. 사람 관계 속에서 산다. 어울려 살아야 한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다. 가정 자체가 최소 단위의 사회이니까. 아직 말을 못하는 아기조차 그러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제 겪은 에피소드 하나.

 

어제 저녁 8시쯤 손님이 왔다. 아기한테는 늦은 시간. 보통 때 아기는 해가 떨어지는 6시나 7시쯤 잠이 든다. 그런데 어제는 종일 비가 오는 바람에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오후 다섯 시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기는 푹 잤다.

 

그래서일까. 저녁이 되었는데도 잠을 자지 않는다. 8시쯤 막 졸려서 자려던 참에 손님이 왔다. 거실에서 손님과 우리 부부가 나누는 대화 때문인지 아기는 잠을 자지 않고 칭얼댄다. 얘 엄마는 아기 재우기를 포기하고 거실로 나왔다.

 

방문을 나서는 순간, 아기는 조용하다. 자기가 언제 칭얼댔느냐는 듯이. 그야말로 두 얼굴의 사나이다. 내가 아기를 받아 안았다.

 

그냥은 심심할 거 같아 아기 손에 치밝기 겸 놀이를 하게끔 그릇 뚜껑을 쥐어주었다. 처음에 아기는 손님을 뚫어지게 본다. 낯선 사람이라 그런지 보고 또 본다. 그러더니 점차 아기는 그릇을 만지고 입에 넣어도 보며 조용하다. 그러다가 한 30분쯤 지났나. 옹알이를 한다. 처음에는 혼자 조용히 옹알거리더니 어느 순간 옹알이 소리가 높아진다.

에에, 에이!”

그러자 아내가 마주 옹알이를 해준다.

우주가 그랬구나! ? 그래서?”

 

아기 큰소리에 모두가 놀라 아기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대화 소재가 아기로 바뀐다. 갑자기 아기가 주인공이다. 아기는 분명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있는 거 같다. 자신이 주인공이 될 때의 기분을 아기도 아는 듯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듯 9시쯤.

이제 진짜 아기도 자야할 거 같아요. 저도 졸리거든요.”

손님이 돌아가고 5분도 채 안 되어 아기가 꼬꾸라진다. 자장가의 짜도 꺼내지 않고 말이다.

 

아기가 어른 이야기를 이해한 건 아닐 것이다. 다만 그 어떤 분위기, 사람이 사람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같이 탄다는 말이다. 나 나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처음에는 낯선 이를 관찰하다가 익숙해지자 그 다음 옹알이를 하며 사람들 대화에 끼어든 셈이다. 큰 소리는 자신한테 더 집중해달라는 말이기도 하겠다. 그 과정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욕구를 아기도 충분히 해소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기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