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 한다. 혼자 살 수는 없다. 사람 관계 속에서 산다. 어울려 살아야 한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다. 가정 자체가 최소 단위의 사회이니까. 아직 말을 못하는 아기조차 그러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어제 겪은 에피소드 하나.
어제 저녁 8시쯤 손님이 왔다. 아기한테는 늦은 시간. 보통 때 아기는 해가 떨어지는 6시나 7시쯤 잠이 든다. 그런데 어제는 종일 비가 오는 바람에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오후 다섯 시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기는 푹 잤다.
그래서일까. 저녁이 되었는데도 잠을 자지 않는다. 8시쯤 막 졸려서 자려던 참에 손님이 왔다. 거실에서 손님과 우리 부부가 나누는 대화 때문인지 아기는 잠을 자지 않고 칭얼댄다. 얘 엄마는 아기 재우기를 포기하고 거실로 나왔다.
방문을 나서는 순간, 아기는 조용하다. 자기가 언제 칭얼댔느냐는 듯이. 그야말로 두 얼굴의 사나이다. 내가 아기를 받아 안았다.
그냥은 심심할 거 같아 아기 손에 치밝기 겸 놀이를 하게끔 그릇 뚜껑을 쥐어주었다. 처음에 아기는 손님을 뚫어지게 본다. 낯선 사람이라 그런지 보고 또 본다. 그러더니 점차 아기는 그릇을 만지고 입에 넣어도 보며 조용하다. 그러다가 한 30분쯤 지났나. 옹알이를 한다. 처음에는 혼자 조용히 옹알거리더니 어느 순간 옹알이 소리가 높아진다.
“에에, 에이!”
그러자 아내가 마주 옹알이를 해준다.
“우주가 그랬구나! 오? 그래서?”
아기 큰소리에 모두가 놀라 아기를 바라본다. 그리고는 대화 소재가 아기로 바뀐다. 갑자기 아기가 주인공이다. 아기는 분명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있는 거 같다. 자신이 주인공이 될 때의 기분을 아기도 아는 듯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듯 9시쯤.
“이제 진짜 아기도 자야할 거 같아요. 저도 졸리거든요.”
손님이 돌아가고 5분도 채 안 되어 아기가 꼬꾸라진다. 자장가의 ‘자’짜도 꺼내지 않고 말이다.
아기가 어른 이야기를 이해한 건 아닐 것이다. 다만 그 어떤 분위기, 사람이 사람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같이 탄다는 말이다. 나 나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처음에는 낯선 이를 관찰하다가 익숙해지자 그 다음 옹알이를 하며 사람들 대화에 끼어든 셈이다. 큰 소리는 자신한테 더 집중해달라는 말이기도 하겠다. 그 과정에서 함께 하고자 하는 욕구를 아기도 충분히 해소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아기도 사람이다.
'살아가는 이야기 > 농사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한테 어른 치마를 (0) | 2017.08.20 |
---|---|
비 맞으며 달리기 (0) | 2017.08.16 |
자연달력, 인사드립니다. (0) | 2017.07.12 |
s보드에서 프리라인 스케이트로 (0) | 2017.07.08 |
살구에 대한 예의 (0) | 2017.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