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비 맞으며 달리기

모두 빛 2017. 8. 16. 07:27

달리기는 내가 하는 운동 가운데 하나다. 근데 이게 날씨에 따라 조금 들쑥날쑥 이다. 그동안 비오면 쉰다거나 우산 들고 가볍게 산책으로 마무리하곤 했다.

 

그런데 얼마 전, 풀코스 마라톤을 곧잘 즐기는 분이 색다른 이야기를 한다.

비 맞으며 뛰는 맛이 아주 좋아요.”

, 그럴 수도 있겠네요. 뛰다보면 몸 안에서는 열이 나고, 몸 밖에서는 비가 내려 몸을 식힐 테고... ”

빗속 달리기를 우중주라고 해요.”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진다. 기회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비가 올 때 뛸 기회가 많지가 않다.

오늘은 생각지도 않게 비를 맞으며 뛰게 되었다. 시작할 때는 비가 오지 않았다. 반환점을 도는 데 비가 온다. 처음에는 한두 방울이더니 점점 많이 온다.

 

예전 같으면 당황했을 텐데 마음을 두고 있어서인지 오히려 비를 즐겨보자는 마음이 든다. 빗방울이 살갗에 닿는다. 기분이 묘하다. 샤워도 이런 샤워가 없으리라. 약한 물줄기인데 온몸으로 고루 떨어지니 말이다. 좁은 욕실에 갇힌 샤워가 아닌 넓고도 넓은 샤워다. 이렇게 뛰는 일에 더 마음을 집중할 수 있는 거 같다. 그저 뛰고 비를 맞고 빗소리를 듣는 거 이외는 아무 생각이 없다. 다만 모자를 준비하지 않아서 빗방울이 안경에 떨어지는 건 조금 불편하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좁아진다. 또한 옷은 갈아입으면 되지만 운동화 젖는 것도 조금 마음 쓰인다.

 

집에 돌아와 옷을 벗으니 앞부분이 거의 다 젖었다. 뒤는 말짱한 편이다. 앞으로 달리니 일직선으로 내리던 비가 앞부분을 적신 셈인가. 어쩌면 처음이라 비를 조금 맞는 게 몸한테는 좋은 체험이기도 하리라. 너무 오래 많이 비에 젖으면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다니까.

 

몸에서는 여전히 열이 풀풀 난다. 샤워를 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으니 정말 개운하다. 다음에는 뛰기 시작할 때부터 비를 맞고 싶다.

 

8 21

 밤 달리기, 비 맞으며 달리기, 번개 속 달리기

 

긴긴 장마다.

오늘은 처음부터 비를 맞으며 달렸다. 그것도 밤 늦은 아홉 시.

 

비 맞을 작정하고 달리기에 옷을 갈아입었다. 아래는 속옷을 벗고 가벼운 반바지. 위는 티. 양말과 운동화는 젖을 생각으로.

 

약 일 키로쯤 달리니까 조금 싫증이 난다. 그러다가 그 고비를 넘기자 다시 즐겁다. 반환점을 도니 옷이 젖어 살갖에 닿는다. 무릎쪽이 먼저 젖어든다. 아무래도 굽혔다 폈다는 자주 하니 그런가. 그 다음 젖어 살에 붙는 곳이 어깨다. 점차 그 부위들이 넓어진다.

 

밤 달리기에다가 비 맞으며 달리기. 여기에다가 가끔 번개가 친다. 깜깜한 산골에 번개가 제법 길을 비추어준다. 번개가 없어도 달리는 데는 큰 지장은 없지만 가끔 밝은 번개가 반갑다. 이 번개는 멀리서 치는 거라 천둥소리는 약하다.

 

집에서부터 한번도 쉬지 않고 마을 둘레길 3키로를 달려왔다. 콧숨달리기라 가능하다. 시계를 보니 20여분 달렸다. 온몸이 밖에서는 비에 젖고 안에서는 땀으로 젖는다. 그래도 기분이 좋다. 몸에서는 열이 확확 난다. 샤워를 하고 나니 개운하다. 잠을 더 잘 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