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농장

무주달의 밥꽃 마중4 대파꽃이냐? 대파구이냐?

모두 빛 2017. 4. 4. 12:52

겨울을 난 대파.

봄에 가장 단 먹을거리다.

식물은 겨울에 얼지 않기 위해 몸에 비등점을 올리느라 겨울을 나면서 온몸이 달아진다.

시금치도 해풍을 맞고 자란 봄 시금치가 달고,

대파는 겨울을 난 대파가 달다.





만일 여러분이 겨울난 시금치에 겨울난 대파를 넣고 국을 끓이면?

"여기 누가 설탕을 넣었나?" 할 거다.







농사 연륜이 쌓여가면서(20년....)

점점 즐기는 게 바로 이 대파.

우리가 기르는 대파는 머리파라는 토종대파다.

시장에서 파는 개량대파는 굵고 미끈하게 길다면

토종대파는 짜리몽땅해 어디 먹을나위가 없다.

내 농사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여러해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씨를 받아 다시 심는 재미에

계속 이어 심다 보니 이 파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길러보니 여러해살이다.

뽑아내지만 않으면 한 자리에서 여러해 산다.

또 봄에 꽃이 피면 벌이 몰려든다.

벌이 아카시 꽃보다 더 좋아하는 꽃이란다.

달큰하고 향긋한 꽃!

병충해없이 여러해살이로 나지막하게 밭 여기저기 자라다 내 밥상에 오르는 대파.




물론 이 파는 가을에는 별볼일이 없다. 아쉬우나마 국이나 찌개에 조금 넣는 정도.

이 대파가 겨울을 나고 봄볕에 다시 통통하게 살이 오르면

그때 진가를 발휘한다.

무주 사람들은 이걸 뽑아 파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반으로 갈라 전을 부친다.

방앗간 형님은

"대파로 전을 부쳐봐. 아무도 쪽파 전은 안 먹어!"

 

대파를 보니

스페인요리책에서 본 대파구이가 생각난다.

조금만 더 살이 오르면

마당에 불 피워놓고

대파를 구워 먹어볼까?


얼마전 출판기념회 때 제일처럼 도와준 여러분을 모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