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난 대파.
봄에 가장 단 먹을거리다.
식물은 겨울에 얼지 않기 위해 몸에 비등점을 올리느라 겨울을 나면서 온몸이 달아진다.
시금치도 해풍을 맞고 자란 봄 시금치가 달고,
대파는 겨울을 난 대파가 달다.
만일 여러분이 겨울난 시금치에 겨울난 대파를 넣고 국을 끓이면?
"여기 누가 설탕을 넣었나?" 할 거다.
농사 연륜이 쌓여가면서(20년....)
점점 즐기는 게 바로 이 대파.
우리가 기르는 대파는 머리파라는 토종대파다.
시장에서 파는 개량대파는 굵고 미끈하게 길다면
토종대파는 짜리몽땅해 어디 먹을나위가 없다.
내 농사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여러해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도 씨를 받아 다시 심는 재미에
계속 이어 심다 보니 이 파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길러보니 여러해살이다.
뽑아내지만 않으면 한 자리에서 여러해 산다.
또 봄에 꽃이 피면 벌이 몰려든다.
벌이 아카시 꽃보다 더 좋아하는 꽃이란다.
달큰하고 향긋한 꽃!
병충해없이 여러해살이로 나지막하게 밭 여기저기 자라다 내 밥상에 오르는 대파.
물론 이 파는 가을에는 별볼일이 없다. 아쉬우나마 국이나 찌개에 조금 넣는 정도.
이 대파가 겨울을 나고 봄볕에 다시 통통하게 살이 오르면
그때 진가를 발휘한다.
무주 사람들은 이걸 뽑아 파김치를 담그기도 하고
반으로 갈라 전을 부친다.
방앗간 형님은
"대파로 전을 부쳐봐. 아무도 쪽파 전은 안 먹어!"
대파를 보니
스페인요리책에서 본 대파구이가 생각난다.
조금만 더 살이 오르면
마당에 불 피워놓고
대파를 구워 먹어볼까?
얼마전 출판기념회 때 제일처럼 도와준 여러분을 모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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