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교육 이야기 하나. 동재는 9살 남자아이. 시골에 사는 데 엄마 따라 우리 집에 놀러왔다. 세 살 많은 누나와 함께,
동재가 일곱 살 때 겪었던, 돈을 훔친 이야기는 생각할 거리가 많다. 나 역시 어릴 때 부모 돈을 훔친 경험이 있었으니 더 새삼스럽다.
동재와 누나 그리고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본다. 동재가 누나 저금통에서 돈을 훔쳤다. (동재 말을 빌리면 저금통을 탈탈 털었어요. 500원짜리만 남기고 나머지 100원 50원 10원짜리는 다시 넣었어요.)
500원 짜리 동전을 가방에 넣고 어린이 집을 갔다. 동재가 들어서는 데 가방에서 소리가 났다.
“짤랑짤랑....”
어린이 집 선생이 이상하게 여겼다.
“동재야, 가방에서 소리 나는 게 뭐니?”
“돈이에요.”
“돈?”
가방을 열어 보니 500원 동전이 20개량 나왔단다.
“이게 무슨 돈이니?”
“누나 돈이에요.”
“동재야, 누나 돈을 훔치면 안 돼. 이 돈을 다시 제자리 두어야 한다.”
이렇게 이르고는 선생님은 동재 어머니한테 연락을 했다. 여차저차 하니 누나 모르게 동재가 제자리 두게끔 동재가 집에 올 무렵 자리를 비켜 달라 했다.
어머니도 놀라서 선생님이 말한 대로 했다. 하지만 동재는 돈을 제자리에 두지 않았다.
“동재야, 누나 돈을 왜 제자리 두지 않았니?”
“.....”
“어디 둔 거니?”
계속 답을 안 하는 동재를 설득했다. 알고 보니 동재는 그 돈을 놀이터 한 쪽에 숨겨놓았다.
“돈을 어디다 쓸 거니? 말해봐. 그럼 엄마가 줄 게.”
“....”
그래도 동재는 계속 말을 안 한다. 엄마에 대한 불신인가. 말해봤자 엄마가 이해를 못할 거라는 믿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저녁을 먹은 뒤 다시 동재를 불러 조곤조곤 물어보았다. 답은 아주 간단했다.
“돈을 써보고 싶었어요.”
“그랬구나. 그렇다면 누나 돈을 훔치지 말고 엄마한테 이야기를 해야지.”
아이가 어디에 돈을 쓸 지를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는 5000원을 주었다. 아이는 이 돈으로 식구들 먹을거리를 사왔다.
“돈을 써보니 어때?”
“신났어요!”
그렇게 신나게 돈을 써본 뒤부터 동재는 더 이상 누나 돈은 물론 그 누구 돈에도 손을 대지 않았단다. 자라는 아이들은 저만의 새로운 경험을 좋아한다. ‘돈 훔치기’도 ‘돈 쓰기’도 일곱 살 동재한테는 짜릿한 모험이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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