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마을 도서관에서 강의 요청을 해왔다. 주제는 자녀교육, <아이가 주인으로 자라는 생명교육>이다.
그러면서 우리 아들과 함께 올 수 있느냐 했다. 아들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지역 아이들도 함께 한다면 가겠단다. 다시 도서관 측과 의견을 맞춘 결과, 이야기를 발전시켜, 이 참에 작은 음악회를 곁들이기로.
이렇게 해서 상상이랑 함께 갔다. 예정된 시간이 되어 지역 주민들이 오고, 지역 아이들도 오고, 마침 교활(교대생들이 방학 때 지역 아이들에게 하는 교육봉사활동)온 대학생도 18명. 어느 새 작은 마을 도서관이 가득 찼다.
강의에 들어가기 전, 작은 음악회. 교대생들과 상상이와 지역 주민들의 간단한 공연과 노래. 소박하지만 지역에서 끼를 살려 문화를 스스로 채워가는 모습이 좋았다.
강의는 내가 준비해간 ppt 내용이 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빠듯하게 진행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인지 중간마다 상상이가 코치를 하기도 하고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지루하다 싶으면 살짝 분위기를 바꾸어주고, 내가 좀 딱딱하게 진행한다 싶으면 마이크를 잡고 끼어들어 변명을 해주곤 한다.
“우리 아빠는 요. 한 가지에 빠지면 거기에 푹 빠지는 타입이거든요.”
사람들이 질문도 나보다는 상상이한테 더 많이 한다. 아이는 그때마다 주저 없이 마이크를 잡는다. 사실 강의를 혼자 2시간 쉬지 않고 끌어가려면 쉽지 않다. 근데 이렇게 곁에서 분위기를 잡아주고 마이크를 잡고 분위기를 바꾸어주니 좋다. 나를 느긋하게 돌아볼 수 있고, 편하게 물 한 잔 마실 짬도 갖고.
처음 계획에는 강의가 끝나고 일찍이 자리를 뜨려고 했는데 분위기가 그게 아니었다. 주최측에서 음식도 많이 준비했지만 무엇보다 상상이가 그 지역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에 나 역시 뒷풀이 자리가 즐거웠다.
뒤풀이마저 끝나자, 거의 밤 12시가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상이가 곁에서 들은 강의 소감을 전해준다.
“아빠가 ppt 준비는 참 잘하셨는데요. 문제는 거기에 너무 의존하는 거 같아요. ppt는 참조만 하고 사람들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어요.”
이래저래 소중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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