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바빴다. 전희식 선생 출판 기념회에서 내가 사회를 봐야했다. 진행을 어떻게 할까를 고민하면서 짜둔 문서를 인쇄했다. 머릿속이 그득하다. 그러면서도 이 말을 더 넣을까. 저 말을 더 넣을까. 이런 사회가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멋지게 해보고 싶은 욕심도 난다.
머리가 꽉 차다보니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한 거 같다. 조금 일찍 가서 저자를 비롯한 잔치 진행자들과 점심도 같이 먹으면서 진행을 협의하기로 했었다. 기념식장인 전주 한옥마을 가까이 가니 차가 막힌다. 주차장이 만원이라 차 한 대가 빠져나와야 한 대가 들어가는 구조. 이렇게 마냥 기다렸다가는 점심은 제쳐두고 식 진행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차를 돌렸다. 유턴을 하여 한 적한 곳에다가 차를 댔다. 행사장까지 걸어서 500미터 남짓. 걸을만한 거리다. 콩나물 국밥 하나를 시켜 아내랑 나누어먹었다. 그리고는 책 잔치를 무사히 잘 마쳤다.
끝나고 주차한 곳으로 돌아오는 데 힘이 없다. 배는 고프고 졸린다. 머리가 조금 무겁고 어지럽다. 나름 긴장했나 보다.
아내가 가까이 산책하기 좋은 곳이 있으니까 들렸다 가잖다. 가장 좋은 것은 낮잠을 잠깐 자는 것이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다. 그 대신에 집에서 가져간 생식을 꺼냈다. 아내랑 호젓하게 산책을 하면서 생식을 먹었다. 한 세 숟가락 정도 먹었나. 참 맛있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가 생필품 몇 가지 살 게 있다고 차를 세워달란다. 그리고는 혼자서 차 안에서 쉬고 있는 데 점차 머리가 맑아진다. 기운도 난다. 아내가 돌아올 무렵, 완전히 몸이 회복되었다. 어디 당장 멀리 여행이라도 떠날 것처럼 몸이 가볍다. 마치 피로회복제를 먹은 것처럼.
그러니까 생식을 먹고는 10~20분 남짓 지났는데 그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그야말로 약이다. 자연의 약. 생식과 침이 조화를 이룬 보약. 행여나 앞으로도 어려운 자리에 가게 된다면 꼭 챙겨야할 비상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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