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생식 실험

모두 빛 2016. 11. 10. 16:39

우리 식구는 요즘 실험 하나를 하고 있다. 곡식을 익히지 않고 날로 먹어본다. 예전에도 나 혼자서 몇 번 해본 적이 있지만 식구가 함께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은 곡식 위주로 한다. 현미, 옥수수, , 기장, 수수. 그 외 녹두, 참깨, 들깨. 깨를 빼고는 물에 잘 불린 다음 조금씩 씹어 먹는다. 우선은 실험 삼아 해보는 거니까 익힌 음식이랑 반반 먹는다. 생식 먼저 먹고 나서 익힌 음식을 먹는다.

 

보통 생식이라면 날곡식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마신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실험은 곡식을 물에 불린 다음 이빨로 잘 씹어 심키는 것이다. 맛이 조금 심심하니까 소금을 조금 탄다.

 

이렇게 먹을 때 가장 큰 차이 하나는 침이다. 익히지 않는 곡식을 입에 넣는 순간부터 침이 활발하게 나온다. 생각 이상이다. 오래 씹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나온다. 밥은 보통 50번 정도 씹어야 죽이 된다면 생식은 20번 정도만 씹어도 입안이 침으로 그득하다.

 

이렇게 하면서 얼핏 든 생각은 침의 중요성. 침이 갖는 역할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소화를 잘 돕는 건 물론 살균 작용도 있다. 날 곡식은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를 갖고 있는 데 이를 침이 무너뜨리는 게 아닌가 싶다.

 

생식을 하면서 또 하나 새롭게 느끼는 건 가만히 앉아서 먹는 것보다 움직이면서 먹는 게 좋다는 거다. 밥은 밥상에 앉아 집중해서 먹게 된다. 그런데 생식은 요리 자체가 주는 맛이 없다. 심심한 편이다. 굳이 가만히 앉아 먹는 게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차라리 마늘을 까거나 생강을 씻어 말리는 일들을 하면서 먹는 게 자연스럽다. 그러니까 일하면서 먹을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생식을 하는 이유는 상화기운을 보충하자는 데 있다. 상화란 곡식의 껍질에 많단다. 그리고 익힌 음식보다 날 음식에 많단다.

 

이제 시작이지만 느낌은 좋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