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다보면 온갖 풀과 만나게 된다. 게다가 기계로 땅을 갈지 않는 무경운 농사에는 그만의 어려움이 있다.
대표적인 게 여러해살이 풀. 그 가운데서도 마디가 있는 땅속줄기로 번식하는 풀들이 골치다. 쑥, 토끼풀, 쇠뜨기, 띠들이다. 땅 속으로 여기저기 뿌리를 뻗다가 적당하다 싶은 곳에서 새 줄기를 낸다.
쑥과 토끼풀은 빼곡하게 나지만 뿌리가 깊지는 않다. 많지 않을 때는 그냥 뽑으면 된다. 토끼풀을 무리지어 뭉텅이로 뻗어간다. 크게 번지기 전에 뽑아야 한다. 다만 과일나무 아래라면 나무와 공생이 가능하다.
쑥은 뿌리줄기가 깊이보다 옆으로 길게 뻗다가 적당하다 싶은 곳에서 새 줄기를 낸다. 번식초기에 당기면 땅 거죽 따라 쉽게 달려 나온다. 물론 이미 빼곡하게 땅을 차지한 곳은 쉽지 않다. 크게 번지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쇠뜨기와 띠는 또 다르다. 깊은 곳에서 뿌리줄기를 뻗는다. 그냥 뽑으면 중간이 끊어지고 만다. 그럼 땅 속에 남은 뿌리는 다시 살아 계속 번식을 한다. 쇠뜨기는 특히 땅속줄기가 나긋나긋하여 땅 위에서 당기면 쉽게 끊어진다. 대신에 쇠뜨기는 세력이 강한 편은 아니다. 땅속줄기가 끊어지더라도 당겨서 뽑아낸다. 작물이 왕성하게 자라기 시작하면 크게 힘을 못 쓴다.
하지만 띠는 어렵다. 밭가에서부터 땅을 파고들어 야금야금 밭으로 넘어온다. 밭은 살기에 얼마나 좋은가. 거름도 많지요, 땅은 부드럽고, 농작물과 경쟁하니 얼마나 쉬운가. 땅속줄기의 힘이 좋아, 언제든 농작물을 밀치고 밭을 차지할 수 있다.
이 띠를 뽑자면 뾰족한 수가 없다. 삽을 이용하는 수밖에. 땅속 뿌리줄기가 얼추 삽날 길이만큼 깊은 곳에 있다. 풀 둘레를 깊이 삽으로 박아 넣은 다음 위로 제쳐 뿌리를 추슬러 낸다. 한방에서는 이 뿌리를 말려서 약(발한·이뇨·지혈)으로 쓰기도 한다. 가끔은 비 온 뒤에 땅이 아주 부드러울 때 뽑으면 뿌리째 뽑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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