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답지 않는 겨울이 계속 이어진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고 하지만 없는 사람은 이런 날씨가 나쁘지 않다. 아니,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
이렇게 겨울날이 좋으니 봄나물을 이르게 먹을 수 있다. 보통 이맘때는 땅이 꽁꽁 얼어, 푸성귀 먹기가 쉽지 않다. 근데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 밭에 가면 먹을 게 지천이다. 밭에서 겨울 나는 풀이라면 거의 다 먹을 수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물론 제초제를 친 곳에 자라는 풀은 조심하는 게 좋다.
요즘 길가에서 쉽게 눈에 띄는 풀이라면 달맞이꽃. 이 풀은 겨울이면 붉은 빛을 띠기에 쉽게 눈에 띈다. 약초로 즐겨 쓰인다.
밭은 물론 길가에서 가장 흔한 게 개망초. 봄 오기를 기다리며 손바닥만 한 크기로 땅에 붙어 있다.
개망초 군락
(왼쪽이 개망초 오른쪽이 달맞이꽃)
여린 듯 하지만 꿋꿋하게 겨울을 나는 광대나물. 벌써 꽃봉오리가 보인다.
여기저기 종종종 동전 같은 꽃다지. 이 풀은 그리 맛나지는 않다. 그래도 구색으로 한 포기 정도.
냉이도 빼놓을 수 없지. 근데 겨울 노지 냉이는 아무나 알아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흙빛에 가까운 붉은 빛이 도는데다가 아직 어려, 눈에 잘 띄지를 않는다. 보이는 대로 한두 뿌리.
이 외에 복스럽게 생긴 벼룩이자리와 점나도나물도 먹을 수 있다.
잠깐 사이 바구니 그득하다. 우리는 토끼를 키우니 아예 큰 들통 가득 풀을 해온다. 그래봤자 5분이면 된다. 그만큼 풀이 좋다. 토끼장 앞에서 풀을 다듬는다. 사람 먹을 양이라 해봐야 반 바가지 정도면 된다. 싱싱하고 다듬기 좋은 부분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토끼를 준다.
이제 이 나물을 다듬고 씻어야한다. 이게 시간이 좀 걸린다. 자그마한 검불은 크게 마음 쓰지 않아도 된다. 그 밭에 난 식물이 말라버린 거니까. 무엇보다 흙을 잘 씻어야 한다. 특히 제법 잘 자란 개망초는 여러 줄기가 빼곡히 붙어있으니까, 한 줄기씩 따로 떼어내는 게 좋다. 그래야 구석구석 흙을 잘 씻을 수 있다.
서너 번 물에 씻은 다음 끓는 물에 슬쩍 데친다. 다시 한 번 잘 씻은 다음 손으로 물기를 꼭 짠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다음, 양념으로 묻히면 된다. 보통은 간장, 들기름, 깨소금으로 무치지만 거의 날마다 먹자면 조금 변화를 준다. 간장 대신에 된장 또는 고추장 이런 식으로. 겨울나물, 따듯한 겨울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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