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랑 충남 홍동을 다녀왔다. 자녀교육에 대한 강의를 하기 위해 갔지만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걸 얻었다. 너른 들만큼이나 넉넉한 이웃들이다.
홍동에는 귀농한 사람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 우리 부부는 귀농 초창기 사람들을 많이 안다. 그런 이웃 가운데 한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았다. 정말 정성으로 차린 푸짐한 밥상이었다. 함께 맛난 저녁을 먹고는 강의장인 도서관으로 이동.
홍동에는 몇 해 전에 제법 근사한 도서관을 지었다. ‘홍동밝맑도서관’이다. 관장은 홍순명선생님.
시간이 되기 전부터 도서관은 활기가 넘친다.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고는 곧바로 강의를 시작. 지역 도서관 강의장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아이들까지 함께 하니 열기가 참 좋다. 얼추 30분이 넘는다.
내가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끌어가고, 이어 홍동 이웃이 간단히 몸풀기를 해주고, 강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아내가 대부분 했다. 이렇게 부부가 함께 하면 여러모로 좋은 거 같다.
나로서는 쉴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여유롭고, 듣는 분들은 나만의 얘기가 아닌 아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고, 아내 역시 부담 없이 강의 빈틈을 메워주니 좋은 거 같다.
질문과 관련해서 재미난 것 하나는 홍동에도 점점 탈학교 아이들이나 홈스쿨러들이 늘어난다는 거다. 질문하는 분 가운데서만 다섯 가정 정도가 이미 홈스쿨링이나 탈학교 방식의 교육을 하고 있단다. 홍성하면 풀무학교만 떠오를 정도였는데 이번에 보니 아주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강의가 끝나고는 우르르 뒷풀이. 이 역시 홍동만이 가진 또 하나의 문화라고 하겠다. 홍동에는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 주민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뜰>이라는 카페를 운영한다. 낮에는 차를 팔고, 저녁에는 막걸리, 맥주, 안주들을 판다. 뒷풀이에 참석해보니 이미 다른 팀들도 보이고 외국인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와글와글 왁자지껄. 시골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밤 11시 가까이 어울리다 대부분 헤어지고 우리 부부는 이웃 한 가정이랑 또 이차. 12시가 넘도록 어울리다 거의 한 시가 다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헤어지기 아쉽다고 농산물을 이것저것 싸준다. 머리통 만한 양배추에 찐 고구마 쌀보리씨앗...한 짐 가득이다. 우리는 이 집에 갈 때 수수 한 봉, 탱이가 그린 만화책 한 권 들고 갔었는데....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를 마련해주어 이 곳에서 잠을 잤다. 이곳은 값도 싸지만 아침에는 커피에서 빵을 대접해준다. 아침에 주인장을 만나, 주인장이 키우는 화초에 관심을 보이니 씨앗을 몇 가지 챙겨준다. 조롱박, 나팔꽃...
그리고는 풀무생협에 들려 간단히 장을 보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정농회 사무국장을 만났고, 방금 전에 햅쌀 방아를 찧었다고 쌀 한 포대를 선물로 준다. 우리는 책 한 권 준 거 밖에 없는데 너무 고맙다.
이제 마지막 일정. 갓골 어린이 집 방문. 이 곳 원장선생님이 아내하고는 구면이다. 이 어린이집은 생태유아교육 방면에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 좁은 시골 면 단위인데 원생들이 98명에 이른단다. 입이 벌어진다.
유치원 텃밭을 둘러보고 원장실에서 차 한 잔 얻어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집으로 돌아왔다.
홍동은 귀농자들이 많고 또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 이런저런 모임도 많고 행사도 많은 거 같다. 지역이 활기차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 안에 깊숙이 들어가면 이런저런 어려움이나 고민들이 있겠지만 오랜만에 들린 우리 부부가 보기에는 참 좋은 모습들인 것만은 틀림없다. 지역이 계속 발전하기 진심으로 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우리 부부를 환대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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