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둥근호박 농사가 유난히 쉽지 않다. 늦게 꽃이 피니 호박과실파리 피해가 심하다. 암꽃이 수정도 하기 전에 씨방인 애기호박에다가 알을 쓿어놓으니 이러다가 씨앗도 못 건질 판이다.
그래서 생각한 게 암꽃 어린 꽃봉오리가 보이는 즉시 과실파리가 못 들어가게 봉지를 씌우거나 둘레는 헝겊으로 감싼다.
이게 어느 정도 자라 꽃이 필 무렵에는 수정을 위해 봉지를 벗긴다. 암꽃은 새벽 네 시에서 다섯 시 사이 주로 피고 한 시간 정도면 다 핀다. 그리고 이 때쯤 암꽃의 수정 능력은 최대가 된다.
수정이 되고 나면 오전 열시나 11시 정도면 꽃이 진다.
그러니 암꽃이 활짝 피면 바로 수꽃을 가져다가 사람이 수정을 시킨다. 벌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날이 밝으면 언제든 호박과실파리가 날아올 테니까.
이렇게 하는 과정들이 좀 성가시기는 하지만 꽃을 수정시키는 일은 해볼만 거 같다. 특히나 호박꽃은! 암술도 큼지막하고 나무 젖가락 굵기 수술도 길이가 손가락 두 마디 정도는 된다. 먼저 노란 암술 머리를 향해 분홍빛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있는 수술을 슬그머니 대준다. 황홀하다. 다시 슬그머니 힘을 주면서 암술 머리 안으로 밀어넣어준다. 이런 자세로 한 10초 정도 머문다. 이렇게 하는 게 바른 수정법인지는 모른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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