름 막바지다. 고리니 피해가 심해, 올해부터 전기 울타리를 설치했다. 지자체 지원을 받아.
전기를 집 가까이서 끌어올 수 없어 태양광 전지로 작동한다. 울타리는 높이는 일 미터 남짓, 세 갈래 선이 지나간다.
순간 고압이 흐르지만 사람 손이 전선에 닿으면 뜨끔하는 정도 충격이다. 물론 기본이 나쁘다. 만일 고압봉과 전선을 함께 잡으면 아주 위험하단다. 음 양 전기가 한꺼번에 흘러서 그렇단다.
근데 짐승은 전선에만 닿아도 충격이 크단다. 그 이유는 사람과 달리 짐승은 신발이나 옷 같은 절연체를 갖지 않아서란다.
고라니는 맘만 먹으면 일 미터 남짓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다만 일상에서 울타리 근처를 지나다가 무심코 선에 닿으면 깜짝 놀라게 해주는 효과. 한두 번 겪고 나면 가까이 오지 않는다.
콩과 고구마가 한창 영글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짐승 피해가 없다. 근데 문제는 풀관리. 여름 막바지에 접어들수록 풀도 그 기세가 등등하다. 풀이 전선에 닿으면 누전이 되어 울타리 효과가 떨어진다. 전선 따라 풀이 많이 닿을수록 전혀 역할을 못하게 된다.
골치 아픈 풀이나 덩굴을 꼽자면 바랭이, 한삼덩굴, 사위질빵 덩굴, 칡덩굴들이다. 바랭이는 보통 때는 땅바닥을 기면서 자라지만 이삭이 팰 무렵에는 위로 일어서고 무엇보다 이삭은 단 몇 시간 만에 위로 불쑥 솟아난다. 밤사이 전선줄에 쉽게 닿는다.
덩굴식물은 말해서 무엇하랴. 게다가 지금은 한창 꽃이 피거나 열매를 맺어가고 있으니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밤사이 야금야금 울타리로 접근한다. 덩굴식물 처지에서는 가까이에 울타리가 되어 있으니 덩굴을 뻗어가기는 또 얼마나 좋은가.
요즘은 날마다 전기 울타리 둘레를 살피고 낫으로 풀과 덩굴을 베어준다. 뭐든 그렇지만 날마다 돌본다는 건 쉽지가 않다. 그래도 울타리 덕에 콩농사 고구마 농사를 마음 놓고 지어본다.
'살아가는 이야기 > 농사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콩 캐기와 갈무리 (0) | 2012.10.06 |
---|---|
[스크랩] 생태계 무법자 `슈퍼 잡초`, 제초제에도 끄떡없어 (0) | 2012.09.02 |
콩꽃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 (0) | 2012.07.24 |
[스크랩] 2008년 콩 재배 모습 2 (후반) (0) | 2012.07.11 |
[스크랩] 모판 상자에다가 콩 모종 키우기 (0) | 2012.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