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비다. 하루 내내 내린다. 부슬부슬.
이런 날은 공기 가운데 습도가 높다. 비 오는 날은 물론 오기 전이나 온 뒤에도 한동안 높기 마련. 비 오기 전에는 온도마저 높다.
곰팡이는 습도를 좋아한다. 처음 번지기 시작할 때는 우리 눈에 잘 안 보이기에 그냥 지나치기 쉽다. 그러다가 빛깔이 달라진다거나 냄새가 특이하게 나면 그제야 사람이 낌새를 챈다.
곶감을 보기로 들면 올해만큼 곶감 말리기가 어려운 해도 없었지 싶다. 보통은 서리 내린 뒤부터 점차 기온이 서늘해지고 공기는 건조한 날이 이어지는 데 올해는 그렇지가 않았다. 늦가을 무더위에 잦은 비로 곶감에 푸른 곰팡이와 검은 곰팡이가 피고, 제대로 마르지 않고 물러서 땅으로 떨어지는 감도 제법 많을 정도다.
어디 이런 현상이 곶감만 이겠나. 우리 눈에 잘 안 보이는 생활 구석구석에 곰팡이는 자란다. 곰팡이는 습도만 높다면 즉 습도 60%만 넘어가면 다양하게 번식을 한다. 온도로 보자면 보통 사람이 살기 좋은 22~26도에서 곰팡이도 가장 여러 종류가 번식하지만 낮은 온도에서도 자라는 게 있고 아주 높은 온도에서도 번식하는 종류가 있을 정도다.
종류가 많은 만큼 곰팡이가 먹이로 삼는 먹이는 거의 무한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습도가 높으면 음식은 물론 나무 제품, 종이, 악기, 가전제품들 모두에 곰팡이가 서식한다. 카메라 렌즈조차 습도가 높으면 곰팡이가 번식한다. 실리카 겔 같은 것으로 대비해두지 않으면 비싼 렌즈를 버리기 십상이다.
곰팡이가 무섭다. 그렇다고 긴장할 수도 없고 그냥 넘어가기도 그렇다. 곰팡이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서 하기로 했다. 조금이나마 곰팡이를 더 이해하기 위해.
생활에서 곰팡이가 소중하게 다가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건 곧 발효와 관련된 일이다. 메주, 된장, 술 빚기, 퇴비 띄우기...
먼저 퇴비 띄우기. 사실 퇴비는 열흘 전에 일차 쌓기를 했는데 오늘은 일차 뒤집기를 했다. 처음에는 비옷을 입고 하다가 중간 잠깐 비가 멈칫하기에 비옷을 벗었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하는데 계속 비가 온다. 이번에는 아예 비를 맞으면서 퇴비를 뒤집었다.
퇴비 뒤집기를 하다보면 습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눈으로 쉽게 확인이 된다. 바싹 마른 나뭇잎 같은 경우는 웬만큼 물을 적셔주어도 속까지 충분히 스미지 않는다. 발효제로 쓰는 쌀겨 역시 마찬가지. 물을 충분히 골고루 촉촉이 적셔주어야 한다. 이렇게 제대로 하지 않은 것들은 퇴비를 뒤집다보면 바로 표가 난다. 물기를 알맞게 머금은 부분은 하얀 곰팡이가 생겼다. 반면에 제대로 하지 않은 곳은 거의 처음 그대로다.
곶감에 곰팡이 피는 걸 보면서 또 미생물 보고인 퇴비를 뒤집으면서 생각을 가다듬어본다. 자연스런 삶이란 그 깊이가 무한한 거 같다. 하늘을 읽어내려는 노력도 그렇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 역시 무한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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