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이가 제주도에 가 있는 동안 할 일들 제쳐두고 영현이랑 놀았습니다.
강현이 돌아온지 벌써 일주일인데 이제서야 며칠간의 기록들을 올려 봅니다.
우리, 소풍 가자.
몸뚱이 전체가 방바닥에 쩍 눌러 붙었는지 몸 뒤척이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 이대로 하루 좽일 뒹굴었으면…
무슨 그런 허튼 꿈을 꾸고 있냐는 듯이 영현이가 옆에서 조잘댄다.
"엄마! 우리 도시락 싸갖고 소풍가자"
“소풍?”
“응! 지난번에 작은 형이랑 갔던 데로 소풍가자.”
“지…금?”
“응!”
“그럼 조금만 있다가…알았지?”
“안 돼~ 지금 가자~ 응?”
“그래그래 알았어. 감자 쪄서 싸갈까?”
“아니, 난 주먹밥이 좋은데.”
“그럼 감자하고 주먹밥하고 둘 다 싸가자. 엄만 감자가 좋거든.”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켜서 살살 움직이고 보니 여기저기 일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어젯밤 아이들 수업 했던 거 정리해 놓고, 빨래하고 설거지하고 개밥 주고 어질러진 바닥 대충 정리하고…ㅜ.ㅜ제주도에 간 강현이는 언제 오누(미안~ 엄마가 피곤하니 네 생각이 간절하네.^^)
내내 뒤를 쫓아다니며 영현이가 졸라 댄다.
“엄~마~ 빨리 소풍 가자~”
“응, 그래. 얼른 먹을 거 준비해서 가자.”
감자 씻어서 찌고 주먹 밥 만들고 이래저래 시간이 한참 걸린다.
“엄마, 내가 물 준비할게~ 아참, 보자기도 가지고 가자. 그거 깔고 앉게.”
“오, 좋은 생각이야~”
영현이가 물통에다 물을 받아 놓고 배트맨 놀이할 때 몸에 두르던 분홍 보자기도 챙긴다.
“엄마! 내 가방에 다 안 들어 갈 거 같은데 엄마 가방도 가져갈까?”
“그래 그러지 뭐. 일단 영현이 가방에 넣어 보고~”
도시락과 물통, 보자기를 영현이 가방에 잘 챙겨 넣고 모자를 쓰면서 둘이 마주 보니 씩~ 웃음이 난다.
“자, 출발!”
학교에서 돌아오는 작은 형을 먼저 마중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우렁이를 풀어 놓은 논 앞에 엉거주춤 앉더니 뭔가를 열심히 바라본다.
“엄마, 우렁이가 짝짓기 한다. 둘이 꼭 붙어 있어. 어? 엄마! 여기 올챙이도 있어. 지금 진화하고 있나봐!”
“어디어디?”
두마리 우렁이가 사이좋게 붙어있고, 꼬리가 아직 매달린 채로 다리가 나와 있는 올챙이가 보인다.
“엄마! 엄마! 여기 봐. 올챙이가 많아. 여기도 있네? 어? 저기도 있네? 와 정말 많다~”
“그래~ 정말 많다. 영현아 이거 봐. 우렁이가 지나간 자국이 길게 났네? 이쪽에서 이렇게 갔나 봐.”
“어, 그러네?”
한참을 논 앞에서 놀다가 다시 가던 길을 가는데 영현이가 또 눈이 동그래진다.
“엄마! 저기 봐~ 큰 새가 있어!”
“어디어디? 아, 그거 백로야.”
“와~ 크다! 엄마, 이따가 작은 형 한테도 보여 주자. 우렁이랑 올챙이도 보여 주고.”
“그래, 그러자~”
저 멀리 손을 흔들며 열심히 오고 있는 우현.
영현이가 오다가 봐둔 우렁이 논 앞에서 또 한참을 앉아 있다.
“작은형, 일루 와 봐. 여기 보면 올챙이가 진화하고 있다?”
“어디 어디? 에이~ 없잖아.”
“어? 이상하다. 아까는 있었는데…근데 형! 우리 소풍 갈라구 도시락 싸왔다?”
“진짜? 뭐 싸왔는데?”
마중 갔던 길을 다시 되짚어서 우리 집을 지나치고 지난번에 갔다던 산 아래 밤나무 밑까지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올라갔다. 가져온 분홍 보자기를 펼치고 그 위에 올라 앉아 도시락을 여니 감자와 주먹밥이 제법 먹음직스럽다.
“엄마, 개미다! 우리 보자기 위로 올라 왔어.”
“응, 괜찮아~ 개미도 우리 도시락이 먹고 싶은가 봐.”
“으흠, 그렇구나~”
흐뭇하게 서로를 쳐다보면서 밤나무도 올려다보고 멀리 들도 내다보니 감자도 맛있고 주먹밥도 맛있다.
냠냠.
엄마 엄마 이것 봐~
영현이가 자전거를 탄다고 들썩 거리더니 불러 제친다.
“엄마~ 엄마~ 자전거에 청개구리가 있어!”
“어디어디?”
“봐봐. 여기 자전거에 붙었잖아.”
“오, 그러네! 청개구리는 영현이 자전거가 좋은가 봐~”
“응, 지난번에는 거미가 붙어 있었는데…거미랑 개구리는 내 자전거를 좋아 하나 봐.”
오전에 잠깐 공기 덥혀지기 전에 풀 좀 뽑아야지 하고 손을 놀리고 있는데 또 부른다.
“엄마~ 이리 와봐. 여기 개구리 좀 봐.”
“어, 그래 잠깐만… 엄마 풀 좀 뽑고.”
“빨리 와~ 개구리 딴 데 가기 전에 보여줄게.”
“어, 그래.”
풀 뽑던 손을 멈추고 다가가니 열심히 손가락질을 한다.
“엄마, 아까 내 자전거에 붙어 있던 녀석이 이쪽으로 갔다, 봐봐.”
연 초록빛 작은 청개구리 한마리가 어디로 갈까 눈망울을 굴리며 눈꺼풀을 덮었다 걷었다 하고 있다.
저녁나절 식은 공기 참에 풀을 뽑고 있는데 또 부른다.
“엄마~ 와봐. 여기 개구리가 붙어 있어!”
“어, 잠깐만. 풀 좀 뽑고.”
눈앞에 뽑아야 될 풀들이 가득한데 자꾸만 불러 대니 그만 귀찮다.
“빨리 와 봐. 개구리가 나무에 붙어있어!”
“어, 그래. 풀 열 번만 뽑고…”
“엄마, 개구리는 왜 나무에 붙어있지?”
“뭐라고?”
“개구리는 왜 나무에 붙어 있냐고~”
“그러게…”
풀 뽑는데 정신이 팔려서 건성으로 대답을 한다.
“엄마, 무서워서 그러는 거 아닐까? 나도 무서우면 엄마한테 꼭 붙어 있잖아.”
“으응, 그런가 보다.”
“엄마~ 언제 열개 뽑아? 빨리 와 개구리 보여줄게.”
“알았어, 알았어. 이제 다섯 개 뽑았어.”
풀 뽑느라 손은 바쁘고 입은 건성이다.
“엄마~ 아직 멀었어? 몇 개 남았어?”
“응, 이제 일곱 개~”
“히잉~ 개구리 딴 데로 가면 안되는데…”
에구 아무래도 안 되겠다! 저러다 개구리가 정말 딴 데로 가버리면 된통 심술이 날 텐데…
“알았어, 갈께.”
손을 털고 가보니 제법 큰 청개구리 한 마리가 나무 기둥에 딱 붙어 있다. 보아하니 아직은 더운 기운을 피해 나무 그늘에 붙어 있는 것 같다.
“봐봐, 엄마. 아까보다 더 크지?”
“응 그러네~ 개구리가 더워서 쉬고 있나 봐.”
“으응 그렇구나!”
“이제 엄마 풀 뽑고 올께. 열 개 다 채우려면 아직 멀었거든.”
“응, 알았어. 빨리 뽑고 와~”
장맛비에 넌출넌출 큰 키를 자랑하는 풀들을 정신없이 뽑고 있는데 또~ 또~ 부른다.
“엄마! 배고파 밥 줘~ 아까 김치김밥 싸 준다고 했지?”
ㅜ.ㅜ 알았어, 풀 열개 아직 안 뽑았거덩?
뭘 만들까?
“엄마, 비가 많이 왔지~ 우리 냇가 가자. 물이 얼마나 불었나 보게~”
“그럴까?”
쫄랑쫄랑 앞장서는 영현이와 그 뒤를 우르르 따라 나서는 우리 집 강아지들.
“와~ 엄마 봐봐, 물 엄청 불었어.”
“우와~ 그러네? 비가 정말 많이 왔구나!”
“엄마, 우리 잎으로 배 만들어서 띄워보자.”
널따란 칡잎을 따서 두 장을 겹치고 개망초 꽃을 꺾어 그 위에 꽂은 다음 냇물에 띄웠다.
세찬 물살에 몇 번 뒤집히다가 이내 물살을 타고 떠내려간다.
“와~ 엄마, 빨리 뛰어! 따라가 보자!”
다다다 뛰어가는 영현이 뒤를 열심히 쫓아가다 보니 이런~ 나뭇잎 배가 무성한 갈대 줄기에 척 하니 걸쳐 져서는 옴짝 달싹 못한다.
몇 번을 그렇게 나뭇잎 배를 쫓아 뛰다가 지쳤는지 이번엔 다른 놀이를 제안한다.
“엄마, 우리 나뭇잎으로 만들기 할까?”
“그래, 그러자.”
버들잎 몇 개 줍고 칡잎 여러 장 따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는 뭘 만들지 모르겠다며 나보고 만들어 달라고 들이민다.
애벌레 한 마리를 만들자 저도 영감(?)이 왔는지 가오리랑 나방을 만들어 낸다.
그러더니 벅스라이프 책을 펼치고는 여기저기 넘겨보다가 가짜 새를 만들자고 들이댄다.
“엄마, 내가 설명서를 먼저 만들께~” 나름 조립 순서인 듯한 설명서를 열심히 만든다.
“엄마! 새 털을 만들려면 다른 나뭇잎이 필요해. 나뭇잎 찾으러 가야 하니까 이제 지도를 만들께.”
종이 위에 사방팔방 화살표를 잔뜩 그리더니 나가자 한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밖으로 나오니 “엄마, 이쪽이야.”하며 지도에 있는 화살표 하나를 가리키고는 제가 정한 방향으로 간다.
“음…이걸로 할까? 꼬리 부분 하면 졸겠는데?”하며 길쭉한 버들잎 몇 개 줍는다.
“좋아, 이제 저 쪽으로 가는 건 어때?”하고 슬쩍 방향을 바꾸자
“잠깐, 엄마. 지도 좀 보고.”
전 방위 지도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허공에 대고 방향을 이리저리 맞춰 보더니 드디어
“응, 됐어. 이쪽으로 가면 돼”하고는 화살표 하나를 가리킨다.
ㅋ ㅋ, 못 갈 데가 없는 지도네.
“앗! 큰 형아 올 시간이다. 영현아 우리 이따가 하자. 큰형 데리러 가게. 금산까지 데리러 가야 돼.”
“좋아, 대신 내일 다시 찾아야 돼. 알았지?”
응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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