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솟아나는 글쓰기

<시와 동화> 봄호에 실린 시. '구운 돌'외 한 편

모두 빛 2011. 3. 23. 17:59

이번에는 계간 <시와 동화> 봄호에 실린 시 두 편입니다.

 

<꽃 피우려>


대파 꽃 피우려

꽃줄기 빳빳하다.


배추 꽃 피우려

장다리 곧게 선다.


아침마다 내 자지

딴딴하게 일어서니


나는 나는

무슨 꽃 피우려나?


*장다리 : 무나 배추 따위의 꽃줄기.


 

<구운 돌>

- 할머니가 들려준 옛 이야기


아마 내가 일곱 살쯤이던

추운 겨울 어느 날이었지.


맨손으로

땔감 하러 가는 길

언니가 구운 돌 챙겨주었어.


양쪽 호주머니에 구운 돌 넣고

언니 뒤를 졸래졸래


언니가 차곡차곡 쌓아 묶은

나뭇단 두 다발


큰 건 언니 꺼

작은 건 내 꺼


언니가 내 머리에 얹어준 나뭇단

오른손은 땔감 잡고

왼손은 호주머니 속


한참을 가다가 언니가 내게

“순이야, 이제 손 바꿔.”


곱은 손 맞아주던

구운 돌 언니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