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계간 <시와 동화> 봄호에 실린 시 두 편입니다.
<꽃 피우려>
대파 꽃 피우려
꽃줄기 빳빳하다.
배추 꽃 피우려
장다리 곧게 선다.
아침마다 내 자지
딴딴하게 일어서니
나는 나는
무슨 꽃 피우려나?
*장다리 : 무나 배추 따위의 꽃줄기.
<구운 돌>
- 할머니가 들려준 옛 이야기
아마 내가 일곱 살쯤이던
추운 겨울 어느 날이었지.
맨손으로
땔감 하러 가는 길
언니가 구운 돌 챙겨주었어.
양쪽 호주머니에 구운 돌 넣고
언니 뒤를 졸래졸래
언니가 차곡차곡 쌓아 묶은
나뭇단 두 다발
큰 건 언니 꺼
작은 건 내 꺼
언니가 내 머리에 얹어준 나뭇단
오른손은 땔감 잡고
왼손은 호주머니 속
한참을 가다가 언니가 내게
“순이야, 이제 손 바꿔.”
곱은 손 맞아주던
구운 돌 언니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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