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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 글·명 그림/보리·9800원
감기·아토피 달고 살던 소녀
산골서 풀과 열매 맛에 반해
썰어보고 무쳐보고 부쳐보고
익살맞은 만화로 요리법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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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물이(본명 김정현)도 그랬다. 감기를 달고 사는데다 까칠한 성격, 아토피까지 앓아 과자 한 조각이라도 먹을라치면 긁적긁적 가려워지는 피부. 맹물이네 네 식구는 맹물이가 아홉 살 때 도시탈출을 감행해 무주 산골행을 택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연을 학교 삼아 산과 들에서 뛰어놀던 맹물이가 그만 풀과 열매의 그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렇게도 싫어하던 달래, 호박, 상추가 맛있어졌다. 일년 열두 달 제철에 나는 풀이나 곡식을 썰어도 보고 무쳐도 보면서 요리에 재미까지 붙였고, 엄마 친구들에게는 장금이라는 훈장까지 얻었다. 열 여섯 살이 된 맹물이는 이번에 꼬박 3년간 공들여 써온 ‘제철 요리 노하우’를 한 권으로 엮어서 세상에 내놨다.
요리에 얽힌 사연을 익살맞게 표현한 만화와 진지하게 설명한 요리법으로 구성된 이 책은 어른들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레시피다. 각 달에 어울리는 요리 3가지씩, 모두 36가지를 맛있게 버무려 담았다. 제철 재료를 쓰다보니 음식들이 자연스럽게 절기에 딱 들어맞는다. 한 해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2월에는 떡국과 묵은 김치를 먹고, 파릇파릇한 봄나물이 나오는 3월에는 달래와 쑥으로 국도 끓여먹고 달걀찜도 한다. 나들이 가고 싶은 4월에는 진달래 주먹밥 도시락을 권한다. 더워서 입맛이 없는 7~8월에는 양푼비빔밥, 강된장, 콩국, 오이냉국을 먹음직스럽게 차린다. 커다란 양푼에 밥을 가득 비벼먹고 무거운 배를 못 이긴 채 마룻바닥에 뻗어버린 맹물과 맹랑 자매의 모습이 귀엽다. 햅곡식으로 들판이 누래지는 10월엔 햅쌀밥과 들깨죽이 그만. 뜨끈한 국물이 그리운 11월엔 김이 모락모락 피는 잔치국수가 입맛을 당긴다. 미숫가루다식, 봄나물토렴, 사과떡볶이, 땅콩콩장도 마구 군침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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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리 기자 yuriko@hani.co.kr
하지만 맹랑이는 아직도 콩만큼은 먹기가 힘들다며 ‘살짝 깨는’ 고백을 한다. “사실 나는 콩을 안 좋아해. 콩 모양을 하고 있는 건 잘 안 먹어. 대신 콩국으로 만들어 먹지. 잣하고 깨를 듬뿍 넣으면 매우 고소해.” 정 먹기 어려운 채소는 요리법을 달리하면 먹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은 듯하다. 다정한 아빠와 지혜로운 엄마, 못 말리는 말괄량이 동생이 함께 밭을 일구며 티격태격 살아가는 모습이 참 예쁘다. 초등 전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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