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자족/자연과 하나 되기

땀 흘리며 느끼는 쾌감

모두 빛 2008. 7. 6. 20:56
 

오늘 참깨 밭 김매면서 색다른 체험을 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더운 날.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날씨다.

 

오후 해가 좀 뉘엿한 네 시쯤, 밭에서 김을 매는 데 땀이 나기 시작. 콧잔등과 겨드랑이부터. 그런데 느낌이 싫지가 않다. 점점 땀나는 부위가 번진다. 묘한 느낌이다. 내 몸이 살아있다는 느낌, 몸이 살아서 흐르는 느낌. 땀이 흐를수록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

 

이 느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배설의 쾌감이 아닐까 싶다. 똥이나 오줌을 눌 때, 또는 정자를 배출할 때 오는 쾌감과 비슷하지 않은가. 다만 이게 자연스러울 때라야만 그렇게 된다. 똥이 안나와 억지로 누면 고통이요, 설사처럼 제 멋대로 줄줄 나오는 것 역시 쾌감이 아닌 고통이 된다. 땀 역시 마찬가지. 한증막(汗蒸幕)에서 억지로 땀을 내더라도 그 순간은 고통이 된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몸 안에서 있는 게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나갈 때 왜 쾌감이 오는가. 이럴 때 과학이 필요한 거 같다. 똥오줌이나 땀은 몸 속 노폐물을 몸 밖으로 보내는 것. 몸이 가벼워지고 맑아진다. 이게 바로 쾌감이 되는 게 아닐까.

 

그동안은 땀을 흘리면 얼른 일을 끝내야한다고만 생각을 했다. 땀과 몸에 집중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온전히 땀과 몸에 집중을 하니 느낌이 살아난다. 그런데 이 느낌이 오래 가지는 못했다. 한 30분쯤. 속옷이 젖고 급기야 티까지 젖으니 몸도 무겁고 찜찜한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만일 옷을 홀라당 벗고 자연스럽게 땀을 흘린다면 좀더 오래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너무 많이 땀을 흘리면 몸속에 소금 성분이 부족하여 몸이 휘어질지도 모르겠다. 음식을 몸이 받아들이는 것도 쾌감이요, 똥오줌과 땀을 몸 밖으로 내 보내는 것도 쾌감이 되자면 자연스러워야 한다.

 

이를 좀더 확장해 본다. 우리가 하는 말이나 쓰는 글도 어쩌면 그 연장선이 되지 않을까. 말이란 머릿속 생각 또는 가슴 속 마음을 밖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글 역시 마찬가지. 이게 쾌감이 되자면 자연스러워야 한다. 노래나 그림도 그런 게 아닐까. 삶이 자연스러울 때 느낌도 온전해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