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경운 농사 3

마음이 맑아지는 아침, 늦가을 옥수수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집 가까이 나무만 희미하게 보일 뿐 앞산도 뒷산도 모두 안개에 가렸다. 밭두렁에 풀을 베려고 팥 밭으로 갔다. 낫으로 한참 풀을 치고 있는데 갑자기 내 곁에 우뚝 선 무언가가 있다. 보니 옥수수 한 그루. 이제 막 꽃이 핀다. 연노란 암술은 이슬을 잔뜩 머금고 있고, 그 ..

지렁이, 두더지, 미생물은 자연의 쟁기…그들이 있어 땅은 이불처럼 폭신폭신(14)

[농부 김광화의 몸 공부, 마음 이야기 ⑭] 힘들게 땅을 갈지도 않았는데 곡식을 가득 거두다 보면 뭐라 말로 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는다. 한 일도 없이 얻어먹는 기분이랄까. 경외감, 미안함, 감사함, 기쁨, 고마움, 평화로움. 생명을 보살피는 기쁨은 소비할 때 얻는 만족과는 다르다. 내면에서 솟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