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집수리가 웬만큼 끝났다. 이것저것 자그마한 일들이 남아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평상을 새로 하나 만들기다.
시골에서는 평상 쓰임새가 많다. 이것저것 말리기도 좋고, 일하다가 가볍게 쉬기도 하며, 잠깐 들리는 손님을 편하게 맞이하기도 좋으니까.
그동안 쓰던 평상은 너무 오래되어 많이 낡았다. 얼추 20여년. 힘을 많이 받는 다리 부위가 많이 썩었다.
마침 아내가 제안을 했다. ‘집수리하면서 나온 마룻장 자재를 활용해서 평상을 하나 다시 만들자’고. 어렵지 않다. 간단히 설계를 하고, 거기에 맞추어 부족한 자재를 사오고, 그동안 거의 안 쓰던 공구통이랑 기계들을 꺼냈다. 절단기, 드릴, 전기 대패. 망치, 톱, 직각자, 줄자, 연필...
각재를 자르고, 평상 틀을 만든다. 공구통에 남아있던 못은 세월이 많이 지나다보니 제법 붉게 녹이 쓸었다. 공구통 안에 남아있던 나사못은 길이가 제각각이기도 하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틀을 짰다. 이제 그 위에 마룻장으로 쓰던 판재를 씌운다.
판재와 판재는 서로 끼워맞추기 식으로 된 것인데 이 역시 오래 되어 하나하나 흙먼지를 털고, 모난 곳은 갈아서 다시 끼워야 했다.
오후 한 시부터 시작한 일이 다섯 시나 되어서야 끝이 났다. 중간에 아내가 간단히 참을 내오긴했지만 오랜만에 집중해서 일을 했다.
이번 평상은 처음 만든 것보다는 한결 났다. 받침다리를 방부목으로 한데다가 위 마감을 마룻장으로 했기에 특별하지 않는 한 20년 이상은 너끈히 쓸 수 있으리라. 내 살아생전에 다시 만들 일은 없지 않을까.
일을 마치고, 공구를 제자리 두고 나서, 새로 만든 평상에 벌렁 누웠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높고도 푸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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