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ktx 가족석

모두 빛 2016. 9. 5. 06:50

오랜만에 아내랑 서울을 다녀왔다. 오고 가는 길에 열차를 이용했다. ktx. 비싸지만 편리한 수단.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쉽게 예매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볼일을 다 보고 돌아오는 길. 한 시간 정도 여유 있게 표를 예매를 하려했다. 그런데 이미 순방향은 대부분 예매가 다 된 상태. 어쩌다 하나씩 빈자리가 있기도 하지만 둘이 함께 탈 좌석은 없다.

 

대신에 눈에 띄는 건 가족석. 가족석이란 순방향과 역방향이 만나는 중간 지점으로, 네 사람이 마주 앉게 배치된 좌석이다. 그야말로 자녀가 함께 하는 가족이라면 서로 마주보며 가게끔 되어 있는 곳이다. 열차 열 몇 동 가운데 빈 곳이라고는 이 곳 밖에 없었다.

 

얼핏 여러 생각이 겹친다. 낯모르는 사람과 마주보고 간다는 게 쉽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이 별로 없다. 돌아보면 예전에는 대부분의 좌석이 서로 마주보게 되어 있기도 했다. 일단 가족석을 끊었다.

 

서울역에 도착. 간단히 아이 쇼핑을 하고 나서도 40분 정도 여유가 있다. 표를 당기기로 했다. 뒤로 늦추는 건 수수로가 붙지만 앞으로 당기는 것은 상관없다. 맞춤한 차를 알아보았다. 역방향이 아닌 순방향으로.

 

가족석 밖에 없는 데요. 괜찮으세요?”

.”

 

앞자리에 누가 앉을까. 은근히 마음을 쓰면서 앉았다. 하지만 열차가 출발했지만 아무도 앉는 사람이 없다. 우리는 생각지도 않게 아주 편하게, 아주 넓은 자리에 앉았다. 대부분의 사람들한테는 마주 보는 불편함이 역방향 불편함보다 더 큰가 보다.

 

옆을 보니 한 사람만이 가족석에 앉아 간다. 차가 출발하고 조금 지나자, 또 한 사람이 그 한 사람의 대각선 자리에 앉는다.

 

우연히 옆에 앉거나 마주 앉아, 뜻하지 않는 인연을 만들어가는 영화 같은 이야기는 점점 멀어지는가?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옆자리하고도 칸막이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