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한겨울에도 새끼를

모두 빛 2016. 1. 29. 12:05



토끼들이 또 새끼를 낳았다. 아주 추운 날. 소한과 대한 사이에 낳은 거 같다. 내가 긴 여행에서 돌아오니 새끼 토끼가 보이는 것이다.

 

처음에는 두 마리인가 했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나타나, 다섯 마리다. 겨울이 오기 전에 마릿수를 줄인다고 줄였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새끼가 태어났다. 어미까지 합치면 다시 열 마리가 넘어간다.

 

내가 토끼를 키우는 이유는 첫째가 거름, 둘째가 고기다. 토끼 똥은 흙과 친화력이 높다. 딱히 발효를 시키지 않고 흙 위에 뿌려주기만 해도 된다. 고기도 큰 몫을 차지한다. 솔직히 요즘 세상에서 고기를 돈 주고 사먹기에는 여러모로 꺼림칙하다. 어떤 사료로 먹이는 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수입 사료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겨울이라 먹이는 적지만 어쩌랴. 귀여운 새끼 토끼들을 봐서라도 부지런히 먹이를 해준다. 깻묵과 콩 팥 땅콩 줄기 말린 것들. 방아 찧고 남은 쌀겨. 사람이 먹다 버리는 음식 찌꺼기들.

 

이런 것들만 가지고는 턱 없이 부족하다. 겨울 토끼는 나뭇가지, 아주 작은 가지들을 즐겨먹는다. 뽕나무는 줄기 껍질을 즐겨 갉아먹는다. 칡덩굴, 찔레덩굴도 좋아한다.

 

가장 좋은 건 눈이 녹으면 밭에서 별꽃이나 개망초, 달맞이꽃들을 해다가 먹이는 거다. 자식들 해먹인다고 엄마들이 게으름을 피울 수 없듯이 이 토끼들 때문에 아무리 날이 추워도 꼼지락 거리게 된다. 토끼들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