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농사와 사는 이야기

추위에 적응하기

모두 빛 2016. 1. 26. 09:46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가. 영하 10도 날씨인데도 밖에서 일하기 좋으니 말이다.

앞뒤를 따져보자면 이렇다.


가을걷이 막바지라면 언제 서리가 내릴지 조마조마하다. 그러다가 정말이지 된서리라도 내리면 사람부터 먼저 움츠려든다. 첫 된서리. 호박이야 고추야 다 고시라진다. 농사꾼들이라면 누구나 그 찬 기운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러다가 하루 이틀 점점 서리에 익숙하게 된다. 그 다음에는 언제 얼음이 얼지. 무는 언제 뽑아야 하고 배추는 언제 갈무리할 지를 마음 졸이게 된다.


그렇게 또 어찌어찌 겨울로 접어든다. 영하 45. 김장을 하고 나면 추운 날씨에 어느 정도 둔감해진다.


영하 10도를 넘어간다. 며칠 전에는 영하 17도에 눈보라까지 몰아쳤다. 정말 추웠다. 도시조차 추위와 폭설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제주 공항은 마비상태에 빠지고.


그러다가 어제는 낮 기온이 영하 10. 햇살도 좋았다. 몸이 저절로 밭으로 간다. 밭두렁에 자라는 나뭇가지를 톱으로 베고 낫으로 친다. 일을 조금만 해도 몸에서 땀이 난다.

소한 대한 추위를 겪고 나면 다른 추위는 추위 같지가 않다. 곳간에 든 씨앗들도 이 추위 변화를 몸으로 느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