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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쓴 책, <까칠한 이장님의 귀농귀촌 특강>

모두 빛 2015. 11. 22. 07:05

오랜만에 서평을 하나 쓴다. 책이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따끈따끈한 느낌이다. 이 글을 이 책의 저자인 백승우 선생이 보리라 여기면서 쓴다. 가능하면 서로 피드백이 되면 좋겠다. 알라딘 서평에도 올리고, 내 블로그에도 올린다.

 

이 책은 한마디로 몸으로 쓴 책이다. 책상머리 앉아서 자료를 뒤져 가며 쓴 게 아니라, 흙과 작물을 어루만지고, 풀과 씨름하며 또 이웃들과 부대끼며 토해낸 글들. 몸으로 쓴 책답게 술술 읽힌다.

 

이장님 특강은 소재가 참 다양하다. 전체가 4부로 되어 있지만 특강을 굳이 처음부터 다 들을 필요는 없으리라. 나는 이장 이야기가 가장 궁금하여 먼저 보았다.

요즘은 귀농 귀촌한 사람들이 이장으로 선출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귀농귀촌이 하나의 희망이듯이 새로운 이장들이 앞으로 보여줄 모습도 은근히 기대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마지막 꼭지인 큐바 유기농 유람기를 한달음에 보았다. 기회가 되면 나도 무척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충분히 대리 만족이 되었다. 이젠 저 멀고도 먼 큐바를 굳이 가지 않아도 되겠다. 이것만해도 나로서는 이 책 값어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그 외에도 몸으로 부대끼며 겪은 여러 소중한 경험들을 저자는 거침없는 입담으로 강의를 한다. ‘시골길같은 주제는 아찔하다. 앞으로 귀농 귀촌을 할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미 시골로 내려와 살고 있는 사람들도 같이 보면서 공감을 나누면 좋겠다.

 

글이 쉽지만 전체적으로 결코 녹록한 책이 아니다. 그건 아마도 오늘의 농촌과 농업과 농민의 현장을 보여주기에 그럴 것이다. 척박한 현실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기가 얼마나 어렵겠나.

 

이 책 저자와 구체적으로 나누고 싶은 피드백은 농민 기본소득제. 한 꼭지를 할애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서두가 너무 길어 간만보다가 만 느낌이다. 이런 정책은 이제 녹색당 같은 소수 정당의 정책으로만 머무는 게 아니다. 요즘은 성남시와 서울시에서도 청년기본 수당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가. 꿈같은 일이 아닐 날이 머지않아 오리라 믿는다.

 

이런 건 어떨까. 저자가 시골이장 삼년 차라니 제안 하나 하고 싶다. 우선 뜻이 잘 통할 수 있는 농촌 이장들이 모여 농민 기본소득제를 논의해보면 어떨까 싶다. 내가 저자한테 직접 듣고 싶은 특강 주제이기도 하다.

 

언젠가 농민 기본소득제가 실현된다면 저자는 아마도 까칠함을 벗고 넉넉하고 수더분한 이장님으로 우리 곁에서 빙그레 미소로 특강을 대신하지 않을까 싶다.